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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기업 잦은 지분이동 왜?..거래가격은 '고무줄' 한진해운 보유지분 소각 이어 한진정보통신이 정석재단 보유지분 인수

문병선 기자공개 2011-12-29 09:59:57

이 기사는 2011년 12월 29일 09: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의 지분구도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정석기업'의 지분거래가 잦아졌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주일새 두건이다. 이런 거래가 거의 없었던데다, 두 건의 거래가격이 일주일 간격을 두고 30% 차이가 나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 한진그룹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정보통신은 지난 27일 조양호 회장의 모친인 김정일 여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석물류학술재단의 정석기업 보유주식 1만1324주(0.6%)를 주당 19만3659원, 총 21억9300만원을 주고 매입했다.

한진정보통신은 한진그룹 내 정보통신(IT) 업체로 대한항공이 99.35%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그동안 정석기업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다가 이번 거래로 0.6%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한진정보통신이 해당 지분을 사들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정석물류학술재단의 운영자금 지원을 위해 매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 상대방인 정석물류학술재단은 조 회장의 모친 김정일 여사가 이사(대표권 보유 이사)로 있는 재단이다. 2004년말 설립 당시 자산 규모는 110억원대였다가 올해 9월 537억원대로 갑자기 규모가 커졌다. 학술연구지원산업과 장학사업이 목적이고 경비는 주로 부동산 임대업을 통해 조달한다. 정석기업 지분 10.60%를 갖고 있다가 이번 매각으로 지분율이 10%로 다소 낮아졌다.

한진그룹 지배구조(정보통신 물류재단 포함)

문제는 이 거래가 발생하기 불과 일주일전 한진해운도 보유중인 정석기업 지분(2.22%)을 정석기업에 매각했는데, 당시 가격은 주당 14만9132원이었다는 점이다. 이 가격은 3분기말 기준 한진해운의 장부가격(주당 16만1833원)보다 7.85% 낮은 가격이었다. 정석기업은 해당 지분을 모두 소각했다. 한진해운이 공정거래법 위반 상태를 연말까지 해소해야 했고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것보다 소각하는 편이 낫다는 그룹 차원의 판단이 작용했다.

일주일 시차를 두고 한진해운은 주당 14만원대에 매각하고 학술재단은 주당 19만원대에 팔 게 된 것인데,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의 거래에 30% 할인 요인을 적용해 매입했거나 다른 한쪽의 거래에 30% 프리미엄(웃돈)을 주고 매입한 것이 된다.

일단 한진그룹은 거래 상대방에 따라 가격 할인 요인이 다를 수 있고 한진해운의 정석기업 지분이 소각된 상태에서 주식가치에 변화가 생겼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갖고 있던 지분을 소각함으로써 주당 가치가 상승하게 됐고, 그 이후 이뤄진 정석물류학술재단과 한진정보통신간 거래는 이전 거래 가격보다 비싸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 다른 관계자는 "이런 거래는 회계법인의 평가가 선행되어야 진행될 수 있다"며 "공정한 가격이 산출돼 거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통상 지분 2.2%를 소각했다고 해서 주식가치가 30% 가까이 오르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리고 거래 시차가 일주일 간격으로 짧아 기업 가치에 큰 변화가 나타나기 어려운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과다 프리미엄 지적도 제기된다. 아무래도 오너 직계 가족의 거래에는 문제가 없는 한 동일한 레인지 안에서 높은 가격을 쳐주는 관례가 적용됐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상장회사의 공정가치 평가는 기준에 따라 고무줄 평가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며 "한진 뿐 아니라 다른 그룹도 비슷한 전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두건의 거래는 거래 상대방이 한진해운-정석기업, 정석물류학술재단-한진정보통신 등으로 상이해 계열사들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그룹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최근 잦아진 거래의 뒷배경도 관심이다. 다른 기업 재무 부서 한 관계자는 "정석기업처럼 그룹 순환출자의 핵심 연결고리 기업의 지분 거래는 계열사들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며 "최소한 그룹 컨트롤타워의 재가를 받아야 가능한 거래"라고 말했다.

특히 정석기업은 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한진관광-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도에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고 그래서인지 지분거래가 거의 없었던 기업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갖고 있던 지분을 소각해서 없앤 반면 정석물류학술재단이 갖고 있던 정석기업 지분은 계열사를 통해 매입하고 보유하게 했다는 차이가 있다"며 "한진정보통신의 역할을 예상할 수도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한진정보통신은 정석기업 지분 매입 외에도 정석물류학술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관광 주식 2만7717주(1.9%)를 지난 27일 매입했다. 한진정보통신의 한진관광 지분율은 5.49%에서 7.39%로 높아졌다. 한진관광 역시 정석기업과 함께 한진그룹 순환출자 구도의 핵심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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