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호주 채권시장 '문' 열었다 2003년 산업은행 이후 처음으로 캥거루본드 발행 나서
김효혜 기자/ 이윤정 기자공개 2012-01-16 17:01:50
이 기사는 2012년 01월 16일 1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이 호주 달러화 공모채권(일명 캥거루본드)을 발행한다. 국내 기관으로서는 2003년 산업은행이 발행한 이후 처음이다. 그 동안 유독 굳게 닫혀있던 호주 채권시장의 문을 IBK기업은행이 근 10년 만에 여는 데 성공한 것이다.캥거루본드 시장은 해외 주요 자금 시장 중 국내 발행사가 진출하지 못한 몇 안 되는 시장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어느 발행사가 가장 먼저 캥거루를 잡느냐가 업계 내 초미의 관심사였다. 2012년의 시작과 동시에 정책금융공사가 캥거루 본드 발행 작업에 착수했지만 차환 물량이 있는 IBK기업은행에 순번을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IBK기업은행은 캥거루본드 발행에 성공한 '대표 발행사'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게 됐다. 동시에 한국물 시장은 새로운 외화조달처를 확보하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 3년물 최대 2억90000만 규모..금리는 'Libor+300bp'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은 이날 정오께 캥거루본드 발행을 공표하는 딜 어나운스(Deal annnounce)를 마치고 본격적인 발행 작업에 착수했다. 17일 투자자 모집(Book building)을 시작해 프라이싱(Pricing)을 완료하고 27일 납입할 계획이다. 주관사는 ANZ은행과 모건스탠리가 맡았다.
발행 규모는 2억~2억9000달러 정도로 예정하고 있다. 투자 수요(Book)가 많으면 그 이상 발행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 주말 유럽국가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탓에 시장이 동요할 수 있는 점은 변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주말 유럽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시장이 흔들릴 수 있어 최종 규모는 북이 쌓이는 것을 보고 결정하려 한다"며 "하지만 딜 어나운스 전에 호주 자산운용사들의 주문을 미리 받아 어느 정도의 수요를 확보해뒀고, 오히려 호주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를 유럽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만기는 3년, 금리는' Libor+300bp'다. 조달한 자금은 전액 1분기 만기 도래하는 사무라이채권(500억엔) 차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엔화 혹은 달러화로 스왑해 사용할 예정이며 스왑비용을 따져본 뒤 이를 확정할 방침이다.
기업은행의 이번 캥거루본드 발행은 국내 기관으로서는 지난 2003년 산업은행이 발행한 이후 최초여서 의미가 크다. 신한은행이 2007년 발행한 적이 있지만 역외 투자자 비중이 커서 실질적인 캥거루본드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해외투자은행 관계자는 "조달처 다각화가 목표인 국내 주요 외화조달 기관들은 올해 숙원 사업 중 하나로 캥거루본드 발행을 꼽고 있었다"며 "새해를 맞아 정책금융공사와 기업은행 등 한국계 기관에서 캥거루본드 발행에 나서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 "2년간 공 들인 끝에… '캥거루' 잡았다"
호주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물 채권이 발행되지 않은 유일한 해외 자금시장이다. 그 동안 국내 발행사들이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지만 성공한 곳이 없었다.
사실 호주 자금 시장은 규모면에서 그리 큰 편이 아니다.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도 매력도가 높지만은 않다. 호주 현지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이 흔치 않은 까닭에 통화 자체에 대한 필요성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일단 시장 진입에 성공하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조달이 가능한 조달처다.
더욱이 호주 시장의 폐쇄성과 보수성 등 높은 난이도가 발행사들의 도전 의지를 불태우게 했다. 국내 발행사들의 입성이 번번이 좌절되면서 '캥거루본드 발행이야말로 통화 다각화의 화룡점정'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형성됐다.
이에 기업은행은 지난 2010년 4월 일찌감치 10억 호주달러 규모의 MTN프로그램을 설정했다. 이후 2년 여간 꾸준한 탐색과 작업으로 공을 들였고, 지난해 말에는 호주 현지에 넌딜 로드쇼까지 다녀왔다. 그리고 마침내 '캥거루'를 잡을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업은행의 이번 딜은 그 목적이 '사무라이채권 리파이낸싱'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기업은행이 해당 사무라이채권을 발행했던 2007년, 당시에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다수의 국내 금융기관들이 비슷한 시기에 사무라이채권을 발행했다. 이에 만기 역시 비슷한 시기에 도래하게 됐고, 발행사들은 일본 채권 시장에 국내 기관들이 몰려 유동성이 줄고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사무라이채권을 포기하고 캥거루본드로 리파이낸싱을 결정했다. 이는 곧 국내 기관들의 통화 집중도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통해 조달처 다변화는 물론, 한국물의 통화별 만기를 분산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향후에도 꾸준한 발행을 이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