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션업체 FFB 밸류에이션 어떻게? 국내 의류업체로만 가치산정…공모 흥행 노리고 가격 하향 조정
박상희 기자공개 2012-05-04 16:11:42
이 기사는 2012년 05월 04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주 패스트패션 의류업체인 패스트퓨처브랜즈(FFB, Fast Future Brands)의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산정됐을까. 그간 의류업체의 상장은 있어 왔지만, 몇년 전부터 패션업체 트렌드로 자리잡은 패스트패션 중심의 의류업체 상장은 FFB가 처음이다.지난 3일 제출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FFB의 밸류에이션은 국내 의류업체 9곳을 유사기업으로 선정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해 산출했다. 시장 및 제품의 유사성, 영업성과 및 재무적 유사성 등을 검토해 코데즈컴바인, 휠라코리아, LG패션, 지엔코, 엠케이트렌드, 대현, 베이직하우스, 한섬, 에스티오 등 9개사를 유사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들 업체 중 패스트패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곳은 없다. 국내 패스트패션 업체로는 최근 론칭한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 이랜드그룹의 스파오 등을 꼽을 수 있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랜드는 비상장사이고, 제일모직은 상장사이지만 브랜드를 론칭한 지 얼마 안돼 사업 비중에서 패스트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유사기업 선정 과정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체도 유사기업에서 제외된 건 마찬가지다. 상장한 글로벌 패스트패션 기업으로는 인디텍스(자라), 헤네스 앤드 모리츠(H&M), 패스트 리테일링(유니클로) 등이 있다. 이들 업체는 PER도 높은 편이다. 패스트 리테일링의 경우 PER가 30배가 넘고, 평균 PER도 25.81배 수준이다.
반면 FFB의 유사기업으로 선정된 8개 기업의 평균 PER은 10.91배로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유사기업 중 휠라코리아는 2011년 지분법손실(833억원) 반영으로 PER배수(376.85배)가 비정상적으로 산출돼 평균 PER 산정에서 제외했다.
PER 배수만 놓고 본다면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체를 유사기업으로 선정하는 게 발행사 측에 유리하다. PER 배수가 높으면 밸류에이션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FB는 국내 업체만을 유사회사로 선정했다.
주관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FFB가 패스트패션 업체이긴 하지만 자라나 유니클로 등의 글로벌 스파(SPA)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와 비교하기는 힘들다"며 "국내업체와 PER 등 밸류에이션 차이가 커서 해외업체는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체가 밸류에이션에서 제외된 것은 공모가를 낮춰 가격 메리트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업의 가치 대비 가격이 낮으면, 즉 가격 메리트가 커지면 공모 흥행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 고섬 사태 영향으로 외국 기업 상장에 대한 투자자 심리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가격 메리트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일본 업체 SBI모기지가 견실한 기업으로 평가받으면서도 공모 흥행에는 실패한 게 반면교사가 됐다.
실제로 FFB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지난 1월 거래소에 예심을 청구할 당시와 비교하면 15~20% 정도 하향 조정됐다. 1만2100~1만4500원이었던 청구가격이 신고서에는 1만400~1만24000원으로 조정된 것이다.
6월 말 결산법인인 FFB는 2011년 실적과 2012년 반기 실적을 연환산한 평균(127억2900만원)에 유사회사의 평균 PER을 적용해 DR 1주당 평가가액을 산출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평가가액 1만3887원에 25.11~10.71%의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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