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6월 20일 09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은 유난히 썰렁했다. IPO 건수가 예년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을뿐더러 공모 규모도 급감했다. 전반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 잡는 '핫(hot)'한 종목도 없었다.그 반사 효과였을까. 2개월 만에 유가증권시장 공모주 시장에 등장한 공모주, 사조씨푸드에 보인 기관투자가의 관심은 뜨거웠다. 수요예측 경쟁률은185대 1, 참여 건수의 66% 이상이 희망공모가밴드 상단을 상회하는 가격으로 들어왔다. 기관의 호응에 힘입어 사조씨푸드와 주관사 미래에셋은 희망공모가밴드(8600~1만50원)를 훌쩍 뛰어넘는 1만6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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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 등으로 주식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나온 결과이니, 발행사와 주관사로서는 충분히 고무될만했다. 하지만 확정공모가가 밴드 하단 23% 이상 오른 것은 부담스럽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공모가 1만600원은 신청가격 분포도에서 가장 많은 기관이 들어온 구간(1만50원 이상 1만1000원 미만)의 중간 수준이다. 얼핏 발행사와 주관사가 협의를 거쳐 도출한 합리적인 가격처럼 보인다. 하지만 희망공모가밴드 구간으로 들어온 기관이 121곳(24.6%)이나 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싼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기관투자가는 "전체 신청 건수의 절반 이상이 희망공모가밴드를 상회했으니, 최종 공모가가 밴드를 초과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공모가격이 밴드 상단 기준 몇 백원이 아니라 몇 천원 단위로 뛸지는 몰랐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 첫날(19일) 청약률은 1대 1에도 못 미쳤다. 신청이 청약 둘째날 몰린다는 점을 감안해도 저조한 결과다. '대박' 공모주의 경우 청약 첫 날 이미 2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 청약 증거금이 50%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경쟁률이 2대 1이 넘으면 실권주가 발생할 염려는 사라진다.
IPO로 신규자금을 조달하는 기업 입장에서 공모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더없이 기분 좋은 뉴스다. 기업으로 들어오는 자금 규모가 커지는데다, 기업 가치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IPO는 자금조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IPO는 '기업공개'라는 풀이 그대로 시장에 회사를 공개하겠다는 의미다. 주가를 통해 시장에서 투자자에게 평가를 받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단순히 상장할 때 공모가격이 얼마였는지보다 상장 이후 주가 흐름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요제프 슘페터는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통해 자본주의는 그 제도 자체가 불충분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 스스로를 해체에 이르게하는 사회 문화적 세력들을 창조해 냄으로써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공모주 시장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논리다. 공모가 버블 논란이 주식시장이 호황일 때,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할 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공모주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인 발행사와 주관사, 그리고 기관투자가가 적정 공모가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공모주 시장은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상장 후 주가흐름보다 높은 공모가에 도취하는 발행사와 주관사가 공모가를 부풀리는 것은 아닐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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