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7월 18일 10: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기 도중 옐로우카드를 받은 상황인데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알려줘야 할 것 아닙니까? 정성적인 것과 정량적인 것을 모두 고려해 기준을 정했다는 애매한 답만 있어 답답할 따름입니다"국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의 푸념이다. 이 회사는 지난 5월초 한국거래소로부터 투자주의 환기종목 60여개사중 하나로 지정됐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이하 환기종목)은 상장기업의 재무상태와 경영투명성 등을 고려해 '기업부실위험 산정기준'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2010년 결산 및 공시자료 등을 토대로 지정하기 시작했다. 2011년 33개 상장사가 환기종목에 지정됐고, 올해는 기존 환기종목에 이어 관리종목들이 대거 편입되며 60여개사로 늘었다.
거래소측은 기업계속성과 경영투명성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재무 및 건전성 관련 요인 등을 고려해 수시로 환기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환기종목 지정에 따른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시가총액, 부채비율, 수익성 비율, 자본잠식 등 양적변수에 이어 대표이사 및 최대주주변경, 불성실공시, 횡령 및 배임 등 질적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히고 있다.
2011년 5월 제도 도입 이후 환기종목 33개 상장사 중 7개사가 상장 폐지됐고, 8개사는 환기종목에서 관리종목으로 넘어갔다. 또한 10여개사는 흑자 전환과 건전성 지표를 개선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며 환기종목에서 벗어났다. 일반투자자를 보호한다는 기본 취지에 맞는 성과를 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환기종목제도는 관리자 편의에 의해서만 만들어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해당 기업은 자신들이 왜 환기종목에 편입됐고,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는지 등 자구책 마련에는 불편한 제도로 받아들이기 있기 때문이다.
A 상장사 대표는 "공시담당자를 통해 거래소측에 환기종목 지정사유를 문의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흑자전환과 부채비율 축소 등 애매한 답변만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답답한 마음에 구체적으로 환기종목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경영지표를 얼마나 개선시켜야 하느냐고 재차 문의했지만 그에 관해서는 정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B 상장사 대표 역시 "거래소 담당자에게 수차례 문의한 결과 코스닥시장본부내 소수 인력만 환기종목 지정변수 및 관련 로직을 알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환기종목 제도를 만들었다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이 조기에 환기종목 지정 사유를 해소할 수 있는 길도 같이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코스닥본부측은 이 같은 불만들에 대해 어이없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환기종목에 지정된 사유를 모두 알려주면 해당 사유만 해소해서 환기종목에서 빠져나가는 편법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꿔말하면 환기종목에 지정된 기업은 환골탈태해서 클린 컴퍼니로 탈바꿈하거나 아니면 '환기종목→관리종목→상장폐지'의 수순을 밟으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C 상장사 대표는 "해외 어느 증권시장에 환기종목과 같은 제도가 있느냐"며 "죄수에게 죄값에 맞는 형량을 지정하면서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지만 무조건 잘못했으니 조용히 참고 회개하라는 말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2년 연속 환기종목에 지정된 회사의 관계자는 "2011년 환기종목에 지정될 당시 적자기업이라 거래소측에 환기종목 지정 사유를 물어볼 생각도 못했다"며 "2년 연속 환기종목에 지정돼 사유를 물어보니 복잡해서 잘 모르겠지만 일단 흑자로 전환하고 나서 이야기하자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주식회사는 이윤추구가 최우선 목표다. 손실을 보는 회사는 대부분 부채비율이 높고 자본잠식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지금은 수익을 내고 있어도 언제든 사업환경 악화로 적자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신규 사업을 추진하거나 상황에 따라 사업부 또는 경영권조차도 매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환기종목제도 하에서는 경영권 매각조차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기업 본연의 속성을 모두 제한해 놓은 셈이다.
환기종목제도는 투자자들에게 기업계속성과 경영투명성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기업들도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환기종목 사유를 해소하고 정상기업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 코스닥시장본부내 소수 인력들에 의해 투자주의 환기종목제도의 기본 취지가 흐려지면 곤란하다. 기업 뿐 아니라 코스닥본부도 투명해져야 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