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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침체속 '자존심' 지킨 한국證 우투·대우, IB명가 자존심 상처

한형주 기자공개 2012-09-28 11:15:40

이 기사는 2012년 09월 28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끝모를 경기침체로 국내 증시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2008년 리먼 사태 때보다 더 경직된 모습이다. 기상장 동종 업체들의 주가 부진에 웬만한 상장 준비 기업들은 쉽사리 공모주 시장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있다. 투자심리도 그 어느 때보다 냉각된 상태다.

27일 머니투데이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 3분기 전체 IPO 거래 건수는 9건, 거래 규모는 123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3536억 원(12건) 대비 65% 급감했다. 현대오일뱅크와 산은금융지주, 미래에셋생명 등 대어(大魚)급 기업들의 연내 상장이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에서 지난 1분기 상장한 휴비스(2001억 원)급 규모의 공모주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딜 가뭄이 심각하다.

IPO 시장 여건이 이처럼 극도로 악화되자 증권사들의 상장 주관 순위 판도에도 이변이 발생했다. 전통적인 IB(투자은행) 명가인 우리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은 IPO 주관 리그테이블 랭킹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또 다른 강자인 한국투자증권만이 수위를 차지하며 가까스로 자존심을 지켰다. 호랑이 물러난 자리에 토끼가 왕 노릇하는 모양새다.

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 들어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 엠씨넥스, AJ렌터카, 코이즈 등 4건의 상장을 주관하며 3분기 리그테이블 IPO 부문 1위에 올랐다. 주관 실적은 총 553억8750만 원으로 집계됐다. 한투는 지난해 3, 4분기 연속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IPO 주관 실적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하지만 올 3분기 성적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워 보인다. 한투의 3분기 실적은 1년 전 수행한 IPO 딜 규모(145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시장에 거래가 워낙 없다 보니 초라한 성적표로 간신히 체면만 유지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 한국투자증권이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규모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IPO 딜을 골고루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이 현대오일뱅크, 산은금융지주와 같은 빅딜에만 치중하다 해당 기업들의 연내 상장이 어려워지자 실적 부진에 빠진 것과 대비된다. 3분기 상장사 중 유일한 유가증권시장 기업인 AJ렌터카(공모규모 388억원)도 한국투자증권이 IPO 주관을 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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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실적은 명목실적에 수수료율을 토대로 산정한 가중치를 차등 반영한 거래실적. 수수료율이 높은 거래를 주관한 IB일수록 명목실적 대비 조정실적이 높게 책정.

한화투자증권의 약진도 눈에 띈다. 올 들어 한 차례도 IPO 주관 상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7월 우양에이치씨와 나노스 상장을 연이어 주관하며 3분기 들어 단숨에 2위를 차지했다. 주관 실적은 244억1500만 원, 건수는 2건을 각각 기록했다. 중국고섬 상장을 공동 주관한 한화투자증권은 이른 바 '고섬 사태' 발생 이후 대표 주관사인 대우증권 못지 않게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다. 이 때문에 그간 IPO 주관 부문에서 다소 뜸한 행보를 보여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舊 푸르덴셜투자증권)간 합병을 계기로 IPO 시장에서 재기를 꾀하고 있다.

3위는 디지탈옵틱 상장 주관을 맡은 신한금융투자(158억800만 원)에게 돌아갔다. 하나대투증권(137억 원)은 피엔티 IPO 주관으로 4위, 신영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5~6위를 기록했다. 신영증권은 AJ렌터카 상장을 공동 주관했으며 키움증권은 이달 상장한 모다정보통신의 IPO 딜을 수행했다.

이번 리그테이블에서 우리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은 IB 명가의 자존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두 증권사 모두 3분기 동안 단 한 건의 주관 실적도 없었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1분기 동아팜텍과 코오롱패션머티리얼 딜을 주관한 이래 IPO 주관 실적이 전무하다. 상반기 IPO 주관 부문 1위를 차지했던 KDB대우증권도 연초 상장한 휴비스 IPO 이후엔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업계 수위를 다투는 우투·대우가 2분기 연속 주관 실적을 내지 못한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4분기 들어 IPO 주관 순위가 기존 강자들 중심으로 재편될 소지는 있다. 올해 3대 공모주로 꼽히는 포스코특수강, LG실트론, CJ헬로비전 등을 통해서다. 우리투자증권이 UBS와 함께 상장을 주관하는 LG실트론은 최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연내 IPO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우증권이 공동 주관을 맡은 CJ헬로비전은 이미 예심 통과 후 오는 11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투자증권과 동양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하는 포스코특수강도 같은 달 거래소 상장을 예고하고 있어 4분기 우투-대우-한투 간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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