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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역대 최악의 유동성 기근 회사채 발행 역대 최대…기업어음도 4600억

황철 기자공개 2012-10-16 09:12:15

이 기사는 2012년 10월 16일 09: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올 들어 회사채·기업어음 등 시장성 조달에 유독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간 회사채 발행량은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러 설립 후 첫 1조 원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기업어음 시장에서도 만기 한 달 이내 물량으로 5000억 원 안팎의 자금을 돌리며 자금수요에 대처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대형 정유사 중 유동성 상황이나 재무구조가 가장 안 좋은 편이다. 현금성 자산은 불과 수백억 원에 지나지 않아 장단기 자금수지를 맞추기 위해 조달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업황 악화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됐다. 각종 현금흐름 지표가 수 년 만에 대규모 부(-)의 상태에 빠진 이유다.

특히 야심차게 추진한 기업공개(IPO)까지 무산되면서 시장성 조달 외에는 유동성 기근을 해소할 뚜렷한 방법을 찾기 어렵게 됐다. 결국 기업어음을 통해 단기자금수지를 맞추며 회사채 발행으로 줄어든 현금을 보충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 회사채 연간 발행량, 1조원 돌파하나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5500억 원 어치의 채권을 찍었다. 10월23일 발행 예정분 2000억 원까지 합하면 7500억 원에 달한다. 최근 3년(2009년~2011년)간 발행액(7500억 원)과 같은 수준이자 연평균액 2500억 원의 3배에 이르는 규모다.

현재 재무상황과 자금수요를 볼 때 연내 추가 발행에 나설 가능성도 큰 상태다. 사상 최초로 연간 누적 1조 원 돌파가 점쳐진다.

기업어음 시장에서도 조달에 한창이다. 16일 현재 현대오일뱅크 CP 잔액은 4600억 원을 나타내고 있다. 모두 10일~20일 이내(영업일 기준) 물량. 만기구조나 규모로 볼 때 자금사정이 상당히 빡빡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의 시장성 조달 확대는 재무 여력 축소와 궤를 함께 한다. △십수년만의 영업적자 △역대 최소 수준의 현금 유동성 △수천억 원대 부(-)의 현금흐름 △지속적 차입금 증가 등 주요 재무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 108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에만 1702억 원의 영업적자에 빠졌다. 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1988년 이후 처음이다. 국제 정제마진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정유업계에서도 가장 큰 폭의 적자다.

가장 큰 원인은 업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에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 2월 석유화학 부문을 현대코스모를 설립해 분리·이관했다. 자연스럽게 사업구조는 정유에만 집중하게 됐다. 높은 정유 비중은 정제마진, 유가, 환율 등 외부변수에 대한 민감도를 높였고 대규모 적자로 돌아왔다.

거액의 당기순손실은 각종 유동성 지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 상반기 현금성자산은 역대 최저 수준인 569억 원으로 줄었다. 영업현금흐름(NCF)도 -3774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마이너스 상태에 빠졌다.

잉여현금흐름(FCF)과 재무적가용현금흐름(ACF) 역시 각각 -4790억 원, -6257억 원으로 떨어졌다. 차입금이 전년말(2조8979억 원)보다 6000억 원 이상 증가했음에도 현금은 도리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이유다. 상반기 현대오일뱅크 총차입금은 3조5162억 원에 이르고 있다.

◇ 업황 부진, 시장성 조달 확대 전망

최근 시장성 조달 확대는 이같은 유동성 기근에 대처하려는 적극적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금유입과 재무개선을 기대했던 기업공개(IPO)가 무산된 점도 회사채·CP의 발행 유인을 키웠다.

특히 정유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향후 추가 조달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정유사의 발행이 유독 늘고 있는 것은 업황 부진에 따른 현금창출력 저하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경기민감도가 높고 재무상황이 안 좋은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장기 회사채를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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