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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은 커졌지만 실속은 '글쎄' 다국적 제약사 의존, 이익률 추락..투자 없이 현금만 비축

안경주 기자공개 2012-10-26 10:24:40

이 기사는 2012년 10월 26일 10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합 비타민 영양제 '삐콤씨'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유한양행의 대표 브랜드다. 삐콤씨는 1987년 처음 출시된 이후 대표 비타민 영양제로 국민의 건강을 챙겨왔다. 이는 1926년 독립운동가 故 유일한 박사에 의해 설립된 유한양행은의'건강한 국민만이 잃었던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과도 어울렸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건강은 챙기지 못한 듯 하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의 도매상 역할을 해오면서 외형을 키워 실적을 쌓았지만 '부메랑'으로 되돌아 온 장기 성장 전략 부재의 영향으로 실속은 챙기지 못하면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금만 쌓아둘 뿐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상황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유한양행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상위 제약사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사업다각화 등 장기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의약품 도입 의존…외형만 커졌다

유한양행은 국내 업체 중 수입의약품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 인슐린 '휴물린', 당뇨 치료제 '트라젠타',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13' 등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 화이자 등으로부터 연이어 굵직한 제품의 판매권을 가져왔다.

유한양행이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 도입에 집중하는 것은 판매권만 확보하면 쉽게 매출을 늘려 외형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분기의 경우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약가인하에 따른 손실로 매출액이 줄었지만 유한양행은 수입 의약품 효과로 오히려 전년 동기대비 17.8% 증가했다.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판매권을 가져온 '트윈스타'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263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 매출의 7.1%를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외형만 커졌을 뿐 실속은 챙기지 못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은 492억 원으로 전년대비 반토막이 났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영업이익도 131억 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률 역시 2010년 14.18%에서 2011년 7.37%, 2012년 상반기 3.55%로 매년 급락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3분기에도 고스란히 나타날 전망이다. 증권업계의 전망치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2040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3% 가량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139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2%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타법인 지분매각에 따른 일회성 영업이익 100억 원을 빼면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유한양행이 신약개발에 소홀하고 수입 의약품 의존도만 높인 장기 성장 전략의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입 신약을 판매하면 수익금의 일부를 가져오는 대리점 영업방식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한양행은 지난 2005년 항궤양제 '레바넥스' 이후 뚜렷한 신약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은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와의 제휴를 통한 수입 의약품 판매를 꾸준히 늘려 매출은 소폭이나마 성장세를 유지했다"면서 "그러나 다국적 제약사의 도매상 역할 정도를 하는 것으로는 제대로 된 이익을 남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제약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약개발, 바이오사업 강화 등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지만 유한양행은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한양행 주요 재무제표

◇현금만 '차곡차곡'.."과감한 투자로 신사업 모색해야"

제약회사들이 장기 성장 전략을 세우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다. 신약개발 등을 위해선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투자금이 없어서 장기 성장 전략이 부재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금만 쌓아둘 뿐 과감한 투자로 연결하지 못했다.

유한양행의 자산 규모는 이미 제약업계 1위 기업인 동아제약을 넘어선 상태며, 현금성자산 규모는 동아제약과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2102억 원에 달한다. 업계 1위 동아제약의 현금(2206억 원)과 100억 원 가량 차이가 나지만, 동아제약의 경우 총차입금 규모만 3478억 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투자할 생각없이 들어오는 돈을 쌓아만 놓다보니 생겨난 현상이다. 유한양행은 충북 오창공장과 기흥연구소 건립이 끝난 이후 최근 4~5년간 제대로 투자를 진행한 적이 없다. 그렇다보니 효율성 지표인 총자산회전율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유한양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자산회전율은 0.28로 지난해 말(0.53)보다 절반가량 떨어졌다. 동아제약(0.35), 녹십자(0.40), 한미약품(0.38) 등 경쟁 제약회사 보다 낮았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의 최근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 비율이 한미약품이나 LG생명과학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라면서 "과감한 투자로 바이오의약품 등 신사업 추진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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