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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빈 여천NCC '지배구조 리스크'

김익환 기자공개 2012-11-28 10:27:16

이 기사는 2012년 11월 28일 10: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천NCC를 둘러싼 대림산업과 한화케미칼 간 갈등의 골이 깊다. 대림산업과 한화케미칼이 50대 50으로 합작해 설립한 여천NCC는 국내 3위의 에틸렌 업체다. 양사는 여천NCC 출범 때부터 인사권·경영방식을 두고 파열음을 냈다. 2007년에는 양측이 소송전을 벌이며 합작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을 뻔했다. 시간이 흘러 갈등이 봉합된 것처럼 보이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모회사간 갈등과 무관하게 여천NCC는 알짜 실적을 냈다. 2010년과 2011년 매출액으로 각각 6조3171억 원, 7조5211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각각 3836억 원, 2502억 원이었다.

그런 여천NCC가 올해 3분기 보유 현금 9500만 원에 불과했다. 분기말 보유 현금이 역대 최저인 셈이다. 매출채권과 대여금을 빼고 순수한 금융자산(만기보유금융자산)도 고작 20억 원에 불과하다.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거래관계가 워낙 안정적이라 타 업종에 비해 현금성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게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매출이 연간 7조원을 넘나드는 회사가 현금이 1억원 미만이라는 것은 업계에서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LG화학이나 호남석유화학 등의 경우 현금성자산이 매출의 5%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설비를 돌리려면 전기료를 한달에 두 번 내야하고 나프타 구매대금도 수시로 지급해야 해서 어느 정도 현금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LG화학이나 호남석유화학 정도는 아니더라도 2000억 ~3000억 원 정도는 현금으로 쥐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천NCC 관계자는 "현금 보유에 대한 비용이 높은 까닭에 재무정책상 현금을 적게 갖고 간다"며 "금융권 여신한도가 풍부한 까닭에 자금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여천NCC의 현금이 바닥난 것은 지배구조 문제와 맞닿아 있다. 배당금 지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시황이 주춤하면서 여천NCC의 현금창출력은 급감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18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1% 감소했다. 하지만 배당부담은 컸다. 여천NCC는 2011년과 2012에 각각 3000억 원씩 배당금을 지출했다. 현금창출력은 감소했지만 배당금 지출은 줄어들지 않은 까닭에 현금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대림산업과 한화케미칼은 각각 주력인 건설업, 태양광 사업 시황악화로 고심하고 있다. 여천NCC 배당금은 든든한 사업 자금일 수 밖에 없다. 배당금 지출은 여천NCC 주주인 대림산업과 한화케미칼이 결정한다. 경영권 문제로 파열음을 냈던 양사가 배당금 지출 결정 때는 손을 맞잡은 셈이다.

여천NCC의 고배당에 대해서 한 차례 문제제기도 있었다. 2009년 신용평가사는 여천NCC 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한 이유로 높은 배당금 지출을 거론했다. 하지만 고배당 정책은 지속됐다.

대림산업과 한화케미칼의 올해 반기말 기준 보유현금은 각각 1조1010억 원, 9185억 원이다. 반면 배당금을 지급하느라 여천NCC 곳간은 비었다. 탄탄한 현금완충장치를 갖춘 대림산업과 한화케미칼이 여천NCC에는 자신들의 재무정책을 적용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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