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미청약, KB투자·신한금투 '多' 대우증권 '少 수수료 녹이기 등 통해 해소…CBO 통한 해소 모색도
조화진 기자공개 2012-12-10 08:01:01
이 기사는 2012년 12월 10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회사채 발행에서 다시 미청약이 속출하고 있다. 발행일까지 투자자를 찾지 못한 미청약 물량은 결국 인수증권사들이 떠안아야 한다. 다행히 발행 후에라도 금방 임자를 찾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추가로 인수영업에 나설 여지가 줄 뿐 아니라 금리상승에 대한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한다.다양한 발행사 입장에서 미청약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다 낮은 금리에 발행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그 욕심과 인수실적을 끌어올리고 싶은 증권사의 욕심이 만나면 미청약이 잉태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집계한 결과 올해 수요예측 제도가 실시된 이후 11월말까지 증권업계 전체로 미청약 비율은 41.72% 수준에 이른다. 같은 기간에 일반 회사채 기준으로 총 29조3224억 원 중 발행일까지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증권사에 남은 물량이 12조2321억 원에 달한다.
증권업계의 사정이 회사별로 크게 다르지 않으니 인수실적이 높을수록 미청약 물량이 많다. 그러나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인수실적이 좋아도 미청약률이 20% 미만에 그친 증권사가 있는 반면 절반 이상의 채권을 스스로 떠안는 과감한 플레이를 즐긴 증권사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마다 IB 채권 운용계정(Book) 규모가 다르고 영업행태도 다르다"며 "북이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미청약 물량이 많았다면 무리하게 낮은 금리를 제시하고서라도 인수실적을 올리려는 '고위험' 영업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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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미청약 비율 50% 상회…A급 미청약 많아
미청약 발생 물량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1조7296억 원의 KB투자증권이다. 일반 회사채 인수실적 3조2570억 원의 53.1%에 달해 미청약률도 매우 높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2조2460억 원의 인수실적 중 미청약된 채권이 1조1826억 원으로 미청약률에서 KB투자증권과 비슷하다. 두 회사는 해당 기간 인수실적이 상위 2위와 4위를 기록했다.
인수실적 상위 5개사 중 한국투자증권(28.85%) 우리투자증권(35.56%) SK증권(16.15%)은 그에 비해 미청약률이 낮은 편이다. 6위인 대우증권의 미청약률도 15.13%로 업계 평균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략을 취했다고 볼 수도 있고, 발행사와 투자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발행금리를 결정하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증권사 기업금융부 관계자는 "대그룹 계열 증권사들의 경우는 그룹사에 누를 끼치면 안 되기 때문에 A급 이상 채권만 인수하고 시장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등 보수적인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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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로는 회사채 시장에 비수기였던 8월과 9월에 역시 미청약 채권이 적었다. 9월에는 BBB급 채권 발행이 몰려 동양증권의 미청약 채권 규모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대부분 리테일용으로 증권사들을 통해 소화돼 미매각 부담은 적다고 알려졌다.
10월이 되자 증권사들의 미청약 채권 규모는 다시 급증했다. 10월 초 기준금리 인하로 발행물량이 크게 늘기도 했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매각 물량을 대거 소화한 증권사들의 인수영업이 다시 공격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등급별 미청약 금액을 비교해 보면 규모가 가장 큰 것은 3조4400억 원을 기록한 AA- 등급이다. 하지만 발행금액 대비 미청약 비율은 57% 정도로 다른 등급 대비 낮다. BBB+가 발행금액 대비 미청약 비율이 70%, A-가 67%, A+가 61%에 달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채권영업부 관계자는 "웅진그룹 사태 이후 A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 심리가 식었다"며 "A- 등급 중 일부 기업들까지도 리테일 투자자용 채권으로 분류돼 높은 금리가 아니면 시장 소화가 어려울 정도다"고 말했다.
◇ 미매각 회사채 2.5조~3조원 보유 추정, "'김중수 풋' 없었더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
미청약 물량이 가장 많았던 때는 7월과 10월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달이다. 미청약 후 시장에 소화시키지 못하고 결국 증권사가 떠안은 미매각채권이 턱에 차 오를 때 쯤 '김중수 풋'이 나와 증권사들의 숨통을 틔워 줬다. 시장 금리가 올랐다면 엄청난 평가손실을 입을 수도 있는 '고위험 영업전략'이 결과적으로 복을 불러온 셈이다.
10월 이후 일부 증권사들은 또 한 번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미청약을 불사한 인수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 덕분에 두 차례나 묵은 보유 물량을 털어내고도 미매각 채권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만약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금리인하가 없었다면, 하반기 농사를 공쳤을 증권사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올랐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평가손실을 입을 뻔 했다"고 말했다.
현재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매각 채권은 총 2조5000억 원에서 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증권사당 평균 2000억~3000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특히 상위 몇몇 증권사들은 4000억 원까지도 보유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미청약 채권들은 수수료 녹이기를 통해 매출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기관투자가들도 미청약 채권이 더 높은 금리로 매출될 것을 알기 때문에 추가 청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러자 일부 힘있는 기업들은 일정 기간 수수료 녹이기를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유통시장에서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함이다.
증권사 커버리지팀 관계자는 "처음에 수요예측을 시행할 때는 희망금리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유통시장에 더 높은 금리로 나올 것이라고 보고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됐다"며 "발행 준비 기간 동안의 시장 변동성 리스크와 채권 유통에 대한 추가 부담까지 증권사 몫이 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DCM 관계자는 "수수료 녹이기 외 미매각 채권 해소 방안은 없다"며 "기관투자가들을 찾아가 원하는 수익률을 묻고, 어느 정도 수수료를 녹여서 손절매(Loss Cut)을 할 것인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이라고 유통시장 조건이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연말이 다가오고 투자가들의 운용계정이 닫히기 전에 미매각 채권을 매출해야 해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하 같은 깜짝 이슈에 대한 기대감도 없고, 수수료를 녹여서라도 매출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자 증권사들은 채권담보부유동화증권(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CBO)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낮은 A- 등급 이하, 업종별로는 조선, 해운, 건설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CBO 발행이 추진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증권사 FICC팀 관계자는 "미매각 회사채를 개별적으로 매출시키는 것 보다는 유동화를 통해 높은 가격으로 대량 처분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며 "빠르면 이달 중순쯤 추진하고 내년 초 발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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