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2월 05일 1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양생명이 2조4594억 원 규모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 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다 최근 포기했다.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시 동양생명은 외부 자금 수혈 없이 자본을 5000억 원 가까이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재분류 이후 금리가 상승 반전할 경우 더 큰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고 판단, 재분류 방안을 포기했다. 금융자산 재분류를 실질적 자본 확충이 아닌 '재무제표상의 건전성 마사지'로 보는 금융감독 당국의 시선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내부적으로 지난달 말까지도 만기보유금융자산의 재분류 방안을 고민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포기 상태다.
◇만기보유→매도가능 재분류…4845억 자본 추가 인식 가능
재무제표상의 금융자산 분류는 그 취득 목적에 따라 당기손익인식증권, 매도가능증권, 만기보유증권 등으로 나눠진다.
만기보유증권은 만기가 고정돼 있고 회사가 만기까지 보유할 의도가 있는 자산으로, 장부금액으로 가치를 산출한다. 반면 매도가능증권은 평가시점의 공정가치로 산출되며, 손상차손과 외환손익을 제외한 공정가치 변동에 따른 손익은 기타포괄손익으로 인식된다.
저금리 기조에서 장부가로 인식하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면 추가적인 평가이익이 생기고, 보험사는 회계처리 변경만으로도 자본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3월 동부생명의 경우 1조5635억 원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면서 당기순익 변동없이 자본만 915억 원이 늘었다.
자본이 늘면서, 동부생명의 지난해 3월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RBC비율) 요구자본은 전년 동기 대비 3000억 원이나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RBC비율은 231%로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9월 RBC비율이 248%인 동양생명이 금융자산 재분류를 검토한 것도 동부생명과 마찬가지로 외부 자금 수혈 없이 자본을 늘리기 위해서다.
동양생명의 RBC비율은 올해와 내년 예정된 RBC제도 개정시 요구자본 증가로 자본이 늘지 않는 이상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현재 유상증자 등의 외부자금 수혈이 어려운 상황이다.
동양생명이 지난 9월 말 2조4594억 원 규모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면 동양생명은 4845억 원의 평가이익을 추가로 인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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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만기보유증권 신규배분 금지…금리상승하면 더 큰 손실
만기보유증권의 매도가능증권 재분류는 기업이 합법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로, 저금리 시기에 자본을 늘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재분류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재분류 후 3회계년도 동안 보험사는 신규 취득하는 자산을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할 수 없다. 기존의 재분류 자산과 신규취득 자산을 평가시점에서 매번 공정가치로 인식해야 하는 셈인데, 금리가 상승 반전하면 대규모 평가손실을 반영해야 하는 위험이 생긴다.
동양생명이 재분류 방안을 검토하다 포기한 것도 금리 상승 반전 가능성 때문이다. 동부생명이 재분류를 단행한 2012년에 비해 현재 시점에선 향후 3회계년도 동안 금리상승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과 시장에서 만기보유증권 재분류를 실적적 자본확충이 아닌 재무제표상의 실적 마사지로 보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동양생명이 재분류 방안을 검토 중이던 지난달엔 금융감독 당국은 보험사의 금융자산 재분류 실태평가에 나서던 시기기도 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시점에선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금리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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