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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켐 닮은꼴 크리스탈, 유사기업 탈락한 이유 연구부문·매출구조 비슷해도 순익 안나면 비교 불가

장소희 기자공개 2013-04-05 17:36:10

이 기사는 2013년 04월 05일 17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특례상장을 준비하는 신약개발업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가 유사회사 선정에 난항을 겪으면서도 업계에서 인정하는 유사업체 크리스탈지노믹스(이하 크리스탈)를 선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탈이 레고켐과 가장 유사한 회사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어서 주가수익비율(PER) 적용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레고켐은 코스닥 상장을 위한 밸류에이션 산정 과정에서 유사회사 3곳(쎌바이오텍, 마크로젠, 인트론바이오)을 선정했다. 문제는 선정된 업체 3곳이 사실상 유사회사라고 보기에는 레고켐과 닮은 구석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선정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크리스탈이 지목됐지만 PER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탓에 유사회사 선정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하지만 PER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빼면 크리스탈은 탄생에서부터 현재 영위하고 있는 연구사업분야까지 가장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업체 중 하나다. 크리스탈과 레고켐은 LG생명과학(당시 LG화학) 연구소 출신의 대표가 각각 2000년과 2006년에 독립해 차린 벤처기업이다. 두 대표가 같은 연구소에서 같은 연구과제를 놓고 일했던 만큼 현재 각 회사가 행하는 연구분야나 이를 사업화하는 방향까지 비슷한 점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평이다.

◇LG연구소장 출신 대표 · 연구부문 · 매출구조 등 닮은

크리스탈은 LG생명과학연구소에서 연구소장을 역임했던 조중명 박사가 대표로 있는 업체로 신약 개발 사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다. 관절염 진통소염제와 슈퍼박테리아 박멸 항생제 및 분자표적 항암제 등을 연구한다. 크리스탈의 사업모델은 기반기술을 활용하여 신약 후보물질을 창출한 후 다국적 제약회사나 선진 바이오사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조기에 수익을 실현하고 다음 연구개발단계에 따르는 위험을 공유해 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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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의 매출은 임상시험분석 등과 같은 연구개발용역에서 95% 가까이 발생한다. 연구개발용역은 크게 신약 연구 초기단계부터 국제적인 제약회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연구비를 지원받는 '전략적 제휴 매출'과 임상을 마무리하고 다국적 제약회사 등에 기술이전을 하는 '기술이전매출'로 나뉜다. 이 중 크리스탈은 '전략적 제휴 매출' 쪽에 조금 더 무게를 실어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레고켐 대표 김용주 박사는 크리스탈의 조중명 박사가 LG생명과학 연구소장을 사임한 후 신약개발연구소장 자리를 맡았던 인물이다. LG생명과학이 신약개발에 대한 연구비와 인력을 감축하게 되자 김 대표는 20여 년 간 지속해온 신약개발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일념으로 레고켐을 설립했다.

레고켐은 신약후보를 발굴하기 위한 합성기술과 평가기술로 항생제와 항응혈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 크리스탈과 마찬가지로 신약개발 후보물질을 적정단계까지 개발하고 이를 글로벌 제약사나 국내외 제약회사에 기술이전하거나 원천기술을 판매해서 수익을 창출한다. 현재까지는 7건의 기술이전 실적을 보였고 앞으로도 기술이전 사업에 집중해 매출규모를 매년 2배씩 늘려가겠다는 목표다.

◇순익 안나는 바이오업체, 상장시 벤치마크 회사 시총 할인도 방법

이렇게 닮은 구석이 많은 데도 레고켐의 밸류에이션 산출을 위한 유사회사 선정에서 크리스탈은 일찌감치 탈락했다. 순이익이 나지 않는 재무 상황이 발목을 붙잡은 것. 크리스탈은 지난 2002년과 2009년에 각각 5억 원, 33억 원 가량 순이익을 낸 것 이외에는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매출액은 많게는 37억 원, 적어도 10억 원 정도는 꾸준히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익보다 비용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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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단 크리스탈만의 상황은 아니다. 대부분의 바이오업체들이 영업성을 나타내는 데는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 특성 상 회사 설립 후 매출이나 이익이 바로 나오기는 거의 불가능"이라며 "그나마 현재 순익을 내고 있는 업체들은 연구개발을 통해 완제품까지 출시해 판매수익을 올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레고켐 유사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모집단이었던 60여 개 바이오업체들 중에 2012년 기준 순익이 나는 곳은 대부분 기존에 하고 있던 제약업에 신약개발을 병행하고 있는 유명 제약회사들이었다.

레고켐의 유사회사로 선정된 세곳도 안정적으로 순익이 나는 구조로 보기는 힘들다. 특히 인트론바이오는 2011년과 2012년 3분기 기준 PER 적용 과정에서 비경상적인 PER 수치가 산출된 바람에 비교가치 산정에서 제외됐다. 2011년에는 당기순이익에 비해 주식수가 많아서 PER이 지나치게 크게 나타났고 2012년 3분기 기준으로는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해 PER적용이 불가능했다.

IB업계에서는 레고켐과 같이 PER 적용이 가능한 유사회사를 찾기는 어렵지만 업계에서 인정하는 벤치마크 모델이 있을 경우 그 회사의 시가총액에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본다. 주관사 관계자는 "밸류에이션 산출의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유사회사들의 PER 적용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면서 "사실상 레고켐의 밸류에이션은 크리스탈의 시총 2000억 원에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IB관계자도 "현재 레고켐 주식이 장외에서 1만2000원 가량에 거래되는 것을 봐도 크리스탈과 비교 평가하는 것은 크게 무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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