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4월 25일 08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자본시장에 해외 건설사업이 화두다. GS건설 어닝쇼크로 건설사들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가운데 해외 사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여의도 증권가에는 흉흉한 소문이 파다하다. "A사도 중동 플랜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봤다", "B사는 해외 사업 손실을 분기실적에 반영하려다가 GS건설 쇼크로 파장이 커지자 계획을 유보했다" 등의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채권시장에서는 얼마 전 C사가 GS건설보다 해외사업 손실이 더 크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건설사들은 좌불안석이다. 바늘방석이 따로 없다. 넌지시 해외 사업 얘기를 꺼내면 다들 손사래를 친다. 파장이 커지자 일부 건설사는 실적을 예정보다 앞당겨 내놨다. 재무담당임원(CFO)이 직접 투자자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진화에 나선 건설사도 있었다.
그래도 시장 의구심은 여전하다. 대형 건설사 기업설명(IR) 담당자들은 지금도 여의도 증권가를 누비며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를 상대로 악성루머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의문부호를 떼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먼 이국 땅에서 진행 중인 사업을 도무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건설사들 말만 믿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인데 이제 와서 곧이 곧대로 들을 리 없다. 언제 또 대형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상장 건설사 8곳의 사업보고서를 들춰보았더니 절반 이상이 공사현황 등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 발주처에 약속한 준공예정일을 넘긴 악성 사업장이 부지기수지만 날짜가 바뀌어 정상 사업장으로 둔갑했다. 수주 내역을 아예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수주 현황을 알더라도 공정률이 나와 있지 않으니 돌아가는 상황을 알 수가 없다. 비상장 건설사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훨씬 늘어난다. 해외 사업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건설사들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다.
정보에서 소외되고 투자 지표를 잃은 시장 관계자들은 혼란스럽다. 더 큰 문제는 해외 사업 불신이 커지면서 정상 사업장까지 의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악성과 양성을 구분할 잣대가 없으니 도매급으로 취급되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해외에서 조단위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도 이제는 드러내놓고 자랑할 게 못 된다. 오히려 저가수주로 국부유출을 초래했다며 공격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해외 사업 불신 후유증은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 작은 소문에도 업계는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다. 시장이 수긍할 만한 정보를 내놓기 전까지는 그렇다. 자물쇠를 풀고, 정보 투명성을 높여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금융지원 등 정부 정책에 기댄 해외 사업 활성화는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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