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부채비율, 고장난 트리거? 부채비율 준수의무 700% 이미 상회…사채관리회사 별다른 조치 없어
임정수 기자공개 2013-05-08 08:15:28
이 기사는 2013년 05월 08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채모집위탁계약서에 삽입하는 재무비율 준수 조항이 관행적으로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할 수 있도록 한 부채비율 트리거(Trigger)가 존재하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대한항공은 과거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사채모집위탁계약서로 투자자들에게 지키겠다고 약속한 부채비율을 지난 해 이미 넘어섰다. 부채비율이 700%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약을 회사채 투자자들과 체결했으나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 부채비율이 트리거 수준을 넘어설 경우 투자자들이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할 수 있지만 사채관리회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대한항공, 부채비율 트리거 700% 넘어선 지 1년 넘었다
대한항공은 과거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부채비율 700%를 지키겠다는 의무 이행 약속을 사채위탁관리계약서 상에 명기했다. 증권신고서에는 대한항공이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사채관리회사가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할 수 있다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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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2011년에 이미 개별 재무제표와 연결 재무제표의 부채비율이 700%를 넘어섰다. 부채비율은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하면서 2012년에는 개별 재무제표의 부채비율이 770%를 넘어섰다. 분기 기준으로는 한 때 990%에 달하기도 했다. 연결 기준으로는 2012년 6월에 829%까지 올랐다가 2012년 12월에 691%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사채권자들이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할 수 있게된 지 1년을 훌쩍 넘었다는 얘기다. 현재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회사채 중 부채비율 트리거가 700%로 설정된 회사채가 1조 원을 넘어선다.
아직 만기가 남아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회사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언제든지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할 수 있다. 채권자들이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하면 다른 회사채도 동시에 기한이익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 경우 대한항공은 그 동안 발행한 회사채의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사채관리회사는 부채비율이 넘어선 상황에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신고서와 사채모집위탁계약서에 따르면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사채권자 동의를 받은 뒤 기한이익 상실 선언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사채권자 집회는 고사하고 투자에게 공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대한항공 회사채를 주관했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트리거를 넘어섰는지 조차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사채모집위탁계약서에 기재된 재무비율 의무 조항이 얼마나 강제성을 갖는 지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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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무비율 트리거 관행적으로 무시…투자자보호 장치 유명무실
증권업계의 반응은 관행적으로 재무비율 트리거가 무시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시 표준계약서 양식에 재무비율 트리거를 기입하도록 돼 있다"면서 "발행사가 부채비율이 트리거를 넘어서더라도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할 수 없도록 발행사와 수탁회사 간 계약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사채모집위탁계약서에는 기한이익 상실 조항과는 별개로 회사채 미상환 잔액의 3분의 2 이상을 보유한 사채권자가 동의할 경우,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행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놓았다. 부채비율 준수 조항은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행해도 다수 투자자들이 문제 삼지 않으면 무시해도 괜찮은 계약 내용이 되는 셈이다.
부채비율 준수 의무가 관행적으로 무시되다 보니 회사채 발행사도 애써 부채비율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한공은 과거 트리거로 설정한 700%를 넘어서자 2011년 5월 회사채 발행 때부터 부채비율 트리거 수준을 1000%로 올려 잡았다. 증권사 DCM 담당 임원은 "발행사가 부채비율 준수 의무를 도외 시 하는데 차단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채권자의 권리가 계속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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