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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현대건설 치욕 씻나 인수 이행보증금 3/4 돌려받게 돼..MOU 해지 책임 벗어나

문병선 기자공개 2013-07-30 09:00:25

이 기사는 2013년 07월 25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 현대건설 매각전. 공개 입찰결과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강력한 인수 후보였던 현대차 컨소시엄을 따돌렸다. 현대그룹은 약 10여년간 기다리던 현대건설 인수를 목전에 두는 듯 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양해각서(MOU) 체결 후 이행보증금 2755억원을 완납했던 현대그룹은 채권단으로부터 일방적인 MOU 해지 통보를 받았다.

그 이후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현대그룹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최종 박탈됐다. 그리고 차순위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차컨소시엄이 현대건설을 인수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일방적 해지 통보를 한 채권단은 이행보증금을 현대그룹에 돌려주지 않고 몰취했다. 현대그룹은 고심 끝에 2011년 11월 반환소송에 나섰다. 그리고 1년 반 후, 법원은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제31민사부는 현대상선이 한국외환은행 외 7개 금융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현대건설 인수 관련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일부승' 판결을 선고했다.

이행보증금 원금은 2755억원이다. 재판부는 원금의 4분의 3을 현대그룹에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2066억원이다. 여기에 이자 322억원을 더하면 총 2388억원이 현대상선에 지급될 전망이다. 물론 원고 또는 피고의 항소 여부에 따라 지급 시기는 바뀔 수 있다.

가뜩이나 해운업황 불황으로 자금이 궁한 현대상선은 이 자금을 긴요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당장 현대로지스틱스 일부 주주의 풋옵션 행사에 대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선박 투자에 사용할 수도 있고 차입금을 상환할 수도 있다. 미수금으로 계상돼 있어 현금이 들어오더라도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크지 않지만 미수금 회수에 따른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의 의미는 현대상선의 유동성 확보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건설 인수 실패는 현대그룹 입장에서 '치욕스러운' 패배다. 당시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은 그룹 힘의 9할을 현대건설 인수에 쏟았다.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 더해 10년전 부도 위기로 채권단에 넘어간, 현대그룹의 뿌리 기업을 되찾아온다는 의미도 컸다. 범 현대가의 정통성이 현대그룹에 있다고 믿었던 현대그룹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장남이 이끄는 현대차그룹과 맞서길 주저하지 않았다. 총 공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허무함'이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도 '자금출처'를 이유로 채권단으로부터 지위를 박탈당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런 정서 속에서 채권단의 이행보증금 몰취는 시쳇말로 현대그룹을 두 번 죽이는 결과를 낳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건 마치 MOU 해지의 귀책 사유가 현대그룹에 있는 것으로 보이게 했다"며 "계약을 파기당한 현대그룹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의 이번 판결로 현대그룹은 절반이나마 그 당시 상처를 씻을 수 있게 됐다.

이미 현대건설 인수전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불투명한 자금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하려 한다는 그 당시 채권단측의 일방적 주장과 상처를 씻지는 못했다. 정상적인 자금조달 행위에도 불구하고 출처가 불분명한 '사기성' 자금이라는 의혹도 받았다. 현대그룹 이미지도 적지않게 손상됐다. 채권단의 이행보증금 몰취는 그 연장선이었다. 귀책사유가 모조리 현대그룹 책임이라는 게 채권단의 몰취 논리였다.

이번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의 구체적 판결문은 공개되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재판부는 "MOU 해지는 적법하지만 현대그룹이 인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혀 왔음에도 정밀 실사 기회도 얻지 못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채권단의 권리를 강조하면서도 채권단의 의무 또한 강조한 판결이다. 현대그룹이 자금출처를 제 때 제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해석하기에 따라 충분히 현대그룹 입장을 받아들여줄 수도 있었지만 채권단은 그렇게 하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한다. 최소한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이 법망을 벗어난 이상 행위를 하지 않았음도 보여준다. 하지만 채권단은 그 당시 현대그룹에 상당히 비우호적이었고 이 정서는 최근까지도 일부 이어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번 소송에 대한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4분의 3의 책임을 채권단에 부여했음에도 현대그룹 역시 나머지 4분의 1의 책임을 안고 있다는 게 이번 소송의 판결이다. 모든 책임이 채권단에 있음을 주장한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검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채권단 역시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으나 논의를 거쳐 항소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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