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급 이상 건설사 "P-CBO 관심 없다" 부실 낙인효과, 조달 비용 증가 우려…당초 지원 목적과도 어긋나
민경문 기자공개 2013-08-06 08:52:12
이 기사는 2013년 08월 01일 1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대형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을 돕겠다며 AA등급 이상의 우량 건설사도 프라이머리(Primary) CBO에 편입을 허용했지만, 정작 이를 통해 자금조달을 하려는 AA급 건설사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에 비해 금리 면에서 메리트가 전혀 없는데다, 자금조달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반응이다.AA급은 물론이고 이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A급 건설사들도 대부분 P-CBO에 편입될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다. 차라리 금리를 몇 푼 더 주고 공모채를 발행하거나 다른 조달 수단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공모채 발행이 어려운 중소형 기업을 위한 장치인 P-CBO를 대형 및 우량기업에게까지 동원하려 한 금융당국의 사고방식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 AA급 건설사들 "자체 신용으로 채권 발행 가능, 평판에 금 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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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장 안정 P-CBO(6.4조 원)의 기초자산 편입 비중은 차환발행기업(30%), 건설사(20%), 일반 회사채(50%)로 나뉜다. 이 중 건설사 부문의 경우 금융당국이 사실상 신용등급 제한을 풀면서 AA등급 이상의 신규 발행 회사채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들 우량 회사채도 기초자산으로 담아 차환발행 기업 물량과 포트폴리오 비율을 맞추겠다는 목적이었다.
국내 건설사로는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4곳이 AA-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이번 P-CBO에 회사채 편입을 희망하는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다. 네 개 회사 모두 자체적인 공모 회사채 발행이 가능한 만큼 굳이 정부 지원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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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BO제도를 이용할 경우 자칫 시장에서 부실 건설사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도입한 P-CBO제도의 경우 기본적으로 비우량 건설사들의 유동성 지원이 목적이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P-CBO제도 자체가 기본적으로 A등급 이하 건설사의 회사채 차환 발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굳이 우리가 참여해 스스로 평판을 떨어뜨릴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P-CBO 제도 이용을 기피하는 건 AA급 건설사만이 아니다. 지난 5월 동시에 신용등급이 한 노치씩 하락한 GS건설(A+)이나 SK건설(A0)의 경우조차도 AA급 건설사들과 같은 이유로 P-CBO편입에 불참할 뜻을 밝혔다. 기존 P-CBO제도가 재계 순위 10위권 이하 대기업 계열 건설사의 참여를 금지해 왔었다는 점도 부담이 됐을 거라는 의견이다.
◇ "실질 발행비용 높아 금리 메리트 떨어져"
손실 부담을 위해 발행사가 후순위채권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AA급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이다. 일반기업의 후순위채 인수 비중이 3%인데 반해 건설사들은 9%를 직접 사들여야 한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강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총비용(all-in cost)이 높아 우량 건설사들의 참여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P-CBO에 회사채 편입을 고려하고 있는 곳은 동부건설과 두산건설, 한라건설, 한신공영 등 신용등급 BBB이하 건설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중에선 당장 올해 8월에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두산건설(500억 원)과 한라건설(1100억 원)의 P-CBO지원 요청 가능성이 높게 관측된다. 700억 원의 만기물량이 예정된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독자적인 차환 발행을 시도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신규 회사채 발행 건설사들의 P-CBO편입 비중을 0%에서 20%까지 탄력적으로 운용키로 한 것은 이 같은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당초 P-CBO의 취지를 거스르고 우량 건설사들의 참여를 무리하게 유도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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