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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증권사 RP 레버리지투자 위험수위" 금리 상승기, 평가손실·시스템리스크 확대…은행 RP 참여 늘려야

임정수 기자공개 2013-09-23 07:21:25

이 기사는 2013년 09월 16일 16: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시장의 무분별한 확대와 구조적 취약성에 대해 경고했다. 콜 시장을 대체해 RP 거래 잔액이 20조 원 이상으로 성장했지만 금리가 오를 경우 시장 참여자의 손실은 물론 결제 불이행으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RP 거래에 사용되는 담보가 회사채 등의 저유동성 자산으로 확대되면서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잠재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시장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증권사 등 주요 RP 거래 기관의 레버리지 투자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등의 규제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RP 시장, 금리 상승시 평가손실 확대…시스템리스크로 전이 가능성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관 간 RP시장 거래 규모는 2008년 중 일 평균 잔액 기준으로 1조 8000억 원에서 2013년 5월 20조 5000억 원으로 11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 당국이 콜 차입을 제한하면서 증권사들이 대체 조달 수단으로 RP 시장을 활용한 데 따른 결과다. 현재 증권사와 증권신탁이 보유한 RP 잔액의 36.7%와 24.2%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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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우량 회사채 등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유가증권 발행이 늘어나면서 시장 확대에 촉매로 작용했다. 증권사들 보유 채권 규모가 늘면서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유가증권의 규모도 커졌다. RP 시장이 증권사의 레버리지 확대용으로 활용된 것이다.

자금을 공급하는 자산운용사 등 투자기관도 RP 시장을 선호했다. 금융위기에 콜론 등 무담보 신용거래의 결제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이를 회피하려고 담보부 거래인 RP 거래로 이동한 것이다. RP 투자액 중 운용사와 증권신탁이 차지하는 비중은 5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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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증권사 등 소수 차입 기관에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기관 차입 비중은 2008년 48%에서 2012년에 53% 수준으로 증가했다.

윤성관 한국은행 결제연구팀 과장은 "RP 차입을 통해 레버리지를 확대할 수 있지만 금리 상승 시에는 보유증권의 평가손실 확대와 추가 증거금(margin call) 납입, 펀드 환매 요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자산 급매 처분으로 RP 참여 기관의 재무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특정 기관에 거래가 집중될 경우 해당 기관에 대한 결제 위험이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로 확산될 여지도 크다"고 내다봤다.

◇ 저유동성 담보 확대로 결제리스크↑…유동성 따라 증거금률 차등 없어 리스크 키워

RP 담보의 유동성도 문제로 지적했다. 국내 RP 시장의 저유동성 담보 증권(국채 통안채 특수채 제외한 담보증권)의 비중은 현재 26.5%에 이른다. 금융위기 이후 큰 폭으로 줄어든 은행채를 제외할 경우 회사채와 기타 금융채 등 저유동성 증권의 담보 비중이 2011년 1월 4.5%에서 올해 1월 16%로 크게 늘어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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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 잔액 규모 상위 5개 기관의 저유동성 담보증권(은행체 제외) 비중은 평균 16.4% 정도이지만, 일부 기관의 경우 5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RP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가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상호 합의하면서 저유동성 담보부 RP 거래 확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저유동성 담보 증권은 거래 상대방의 결제불이행 시 매각에 시간이 소요되고 가격 변동성도 커서 비중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거금률이 획일화돼 있다는 점도 문제 중 하나로 지목했다. 국내 RP 시장은 거래 상대방에 대한 평가 기능이 미흡해 증거금률이 담보 증권의 유형에 상관 없이 105% 내외 수준으로 운용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RP 시장 참가자들이 거래 상대방 신용위험과 시장가격 변동성을 반영해 국채 2% 회사채 3% 주식 5% 등으로 담보증권 별 헤어컷(hair-cut)을 신축적으로 조정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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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과장은 "증거금률이 탄력적으로 조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저유동성 담보증권의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RP 거래의 차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은행 참여 비중 늘려야…규제책 정비 필요

한국은행은 RP 시장의 잠재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RP 시장 참여 비중을 늘리고 시장의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유동성 담보증권 확대를 제어하면서 획일화돼 있는 증거금률 다변화를 유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윤 과장은 "RP 시장에서 차입을 늘리고 있는 증권사와 증권 신탁의 경우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자금조달 능력이 취약해져 급격한 유동성 경색을 경험할 수 있다"면서 "금융기관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제한하고 유럽과 같이 은행의 RP 시장 참여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저유동성 자산이 담보로 활용됨에 따른 결제불이행 위험을 줄이려면 저유동성 담보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거나 담보처분장치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증거금률도 담보증권의 리스크에 따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별기관이 증거금률을 설정하면 담보증권 평가 등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에 업계 자율기구 등이 차등화된 증거금률 표준한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표준안을 만들 때에는 증거금률의 경기순응성 완화를 위해 최저 증거금률의 도입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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