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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형 기관들, 한수원 글로벌본드에 열광 어려운 발행환경 불구 주요 큰손 투자로 5억불 발행 성공

한희연 기자공개 2013-09-27 20:41:46

이 기사는 2013년 09월 26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글로벌본드 발행 여정은 주변의 우려 속에 시작됐다.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이후 국제금융시장에 한국물 공급이 갑자기 늘었고, 특히 이번 주에는 매일 준정부급의 한국물이 새로 등장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 18일 미국 양적완화 유지 결정 이후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은 미국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오히려 이전에 발행된 한국물들보다 더 높은 관심을 받았다. 내로라하는 미국 대형 투자기관들의 수요가 막판에 대거 유입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평소 지속적인 투자자관리가 빛을 발했다고 평가했다.

◇ 주요 큰손 들어오며 미국 투자자 비중 62%…평상시 투자자관리 빛 발해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26일 새벽 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프라이싱을 마쳤다. 만기는 5년이며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수익률(T)+160bp'다. 쿠폰금리는 2.875%, 일드수익률은 3.004%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5일 오전 공모 달러채권 발행을 공식적으로 선언(Announce)하고 투자자모집을 시작했다. 최초 제시금리는 'T+170bp(area)'였다. 다소 공격적인 이니셜 가이던스였던 데다, 연이은 한국물 발행 홍수 속에 투심은 시들어진 측면이 있던 터라 아시아시장에서 북 빌딩 속도는 저조했다.

하지만 최종 가이던스가 'T+160~165bp'로 수정되고 미국 시장으로 넘어간 후 북 빌딩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총 주문기관 수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지만 대량의 주문을 넣는 기관이 다수 몰리면서 주문 북의 질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실제로 미국 내 주요 자산운용사나 보험, 연기금 등 소위 '큰 손'이라고 불리는 기관들은 한번에 1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주문으로 넣으며 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결국 공격적인 이니셜보다도 10bp를 낮춘 수준에서 발행은 마무리됐다.

한국물 대기물량이 많아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인데다 매크로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을 경우 규모가 작은 투자기관들은 자그마한 파도에도 이리저리 휩쓸려 투자결정을 주저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위 '큰 손'들은 해당 회사의 크레딧 히스토리에 대한 믿음이 있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큰 문제가 없다 싶으면 작은 파도에 투자결정이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번 한국수력원자력 딜에서 투자기관들의 규모에 따른 특징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 노력이 수반돼 있었다. 딜에 임박해 해외 투자기관들을 찾아 회사를 설명하는 넌딜로드쇼(NDR) 외에도 한국수력원자력은 자주 회사 상황과 이슈를 주요 투자기관에게 업데이트해 주는 노력을 해왔다. 분기마다 회사 설명 레터를 보내는 것을 물론, 최근 원전비리와 같은 부정적인 이슈가 있을 경우 특히 솔직하게 이슈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매년 한차례씩은 꼭 해외채권을 발행하는 정례 발행사인데다, 평상시의 투자자관리 노력이 결부돼 결국 이번 딜처럼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빛을 발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주문은 총 98개 기관에서 15억 달러 정도가 들어왔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62%로 이례적으로 높다. 아시아는 15%, 유럽은 23%를 보였다. 유형별로는 자산운용사 46%, 은행 18%, 보험 16%, PB 7%, 정부기관 5%, 기업 3%, 기타 5%의 비중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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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변동성 확대·한국물 홍수·수급 불균형 등으로 한국물 발행시장 전망 어두워

현재 한국물 발행시장 환경은 격동기에 가깝다.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번 주 들어 변동성은 커 질대로 커졌다. 한국물 가산금리는 우리은행 프라이싱이 있었던 지난 24일에는 평균 3~5bp, 이번 한국수력원자력 프라이싱 중에는 5bp 정도 벌어지고 있었다.

한국물 발행수요가 지나치게 많은 것도 발행자에게는 부담이다. 프라이싱일 기준으로 한국물 발행은 8월 중 40억 달러를 육박하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중 1위 발행국으로 기록됐다고 알려졌다.

발행만기를 택하는 경우에도 투자자와 발행사 간 격차가 큰 상황이다.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가 너무 가파른 상태라 발행자 입장에서는 5년물 발행을 선호하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5년물 홍수 속에 포트폴리오 배분상 10년 이상 장기물을 원하는 심리가 강하다는 얘기다. 결국 발행자 입장에서는 투자심리가 약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5년물을 감행하고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10년물을 원하지만 대안이 5년물 밖에 없어 할 수 없이 투자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변동성이 커지는 매크로 상황, 공급물량 확대에 따른 발행자 부담, 만기 선택에 있어 수급상 불균형 등 우호적이지 않은 발행시장 환경은 앞으로 대기한 한국물에도 적잖이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기업물이라는 점, 주요투자자들에 대해 꾸준히 관리를 해 왔다는 점, 이미 잘 알려진 정례 발행사라는 점 등을 어필해 어려운 환경을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한국물이 모두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는 것이 시장 참가자들 대부분의 견해다.

이번 채권의 발행주관은 도이치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골드만삭스, UBS가 맡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번 채권 발행을 위해 지난 10일부터 약 일주일간 아시아, 유럽, 미국 등지에서 넌딜로드쇼(NDR)을 개최했다. 이번 채권의 납입일은 내달 2일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 S&P는 25일 이번 채권에 'A+'등급을, 무디스는 'A1'등급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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