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0월 14일 06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강판은 지난해 7월 1년 넘게 추진했던 MCCL(금속동박적층판) 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LED(발광다이오드)의 원재료인 MCCL은 포스코강판이 표면처리강판 제조에 국한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성장동력 사업이었다.포스코강판이 공장 건설을 그만 둔 것은 포항시의 미숙한 행정 처리가 원인이다.
포스코강판은 2011년 8월 포항시 영일 신항만 산업단지에 연산 3만 톤 규모의 MCCL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인 9월 초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로부터 공사중지 명령을 받았다. 공사 부지가 원래 외국인 전용부지였는데 포항시가 국내기업인 포스코강판에 부지 개발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상급 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얻지 않은 것이다.
포스코강판은 포항시와 다시 협약을 맺고 신규 부지 선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당초 477억 원이던 투자총액은 684억 원으로 증가했고 완공시점도 2012년 3월에서 9월로 연기됐다. 사업이 표류하는 기색을 보이자 모기업인 포스코는 2012년 초 MCCL 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다. 결국 포스강판은 지난해 7월 MCCL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하며 사실상의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포스코강판은 당시 사태에 대해 말을 아끼며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투자 규모를 축소하게 됐다는 입장만 밝혔다. 포항시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부지 등과 관련해 일부 보상을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불필요하게 발생한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행정관청과의 유연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포스코강판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포스코강판을 다시 한번 애타게 만드는 소식이 들려왔다. 포항시가 지역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중국 철강업체인 판화그룹으로부터 약 2억 달러의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투자 계획에는 컬러강판 공장 설립 외에도 호텔, 항만물류, 부동산 개발 등이 포함됐다.
포스코강판은 1년 전과 달리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동부제철, 유니온스틸, 현대하이스코 등 동종업체들과 함께 판화그룹 투자 유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철강협회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포항시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포항시와 판화그룹의 강판 제조라인 시찰 요청을 거절하는 등 정책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포항시가 세수 확대가 급한 나머지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외자 유치를 추진한 것 같다. 가뜩이나 공급과잉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동종업체의 국내시장 진출에 따른 문제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포스코강판은 자신들이 공사를 중단했던 부지에 다른 기업도 아니고 중국 최대 강판업체의 입주를 추진하는 포항시에 대해 상당한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행히 포항시가 지난 주 투자 유치를 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포항시는 외자 유치를 통한 고용창출 효과가 크지 않고 철강도시인 포항에 해외 철강업체를 들이는 것은 국내 철강업계의 입장과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업계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래저래 포항시의 미숙한 행정이 포스코강판을 괴롭힌 사례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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