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2월 23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년부터 기금운용평가의 기준과 등급 등에 변화가 생긴다. 대형 기금과 중소형 기금에 적용하는 점수 기준을 차별화하고 평가 등급을 세분화시킨다. 잘한 기금과 못한 기금 간에 차별을 늘려 당근과 채찍도 강화할 계획이다.

기금운용평가 단장을 맡고 있는 한완선 명지대 교수(사진)는 지난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 단장은 2013년 하반기 연기금투자풀 정기세미나에 참석해 내년도 기금운용평가 계획 및 주요 개정사항 등을 발표했다.

우선 기금의 분류 기준이 바뀐다. 과거에는 기금을 사회보험성, 금융성, 사업성 등 3가지로 나눠 평가했지만 내년부터는 여유자금 1조원 이상과 미만으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이는 자산운용정책(25점)과 자산운용관리(25점)로 구성된 비계량지표(50점) 평가 때문이다. 운용규모가 큰 기금이 비계량지표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높다.

한 단장은 "400조 원이 넘는 국민연금과 1000억 원도 안되는 소규모 기금의 운용시스템을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1조 원 이상의 기금은 자산운용정책 점수가 25점에서 15점으로 감소하고, 자산운용관리 점수는 25점에서 35점으로 늘어난다. 1조 원 이하의 기금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자산운용정책과 자산운용관리에 각각 25점을 배점했다. 1조 원 이상 기금은 자산운용관리, 1조 원 이하 기금은 자산운용정책을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의도다.

평가등급은 4단계(매우 양호, 양호, 미흡, 아주 미흡)에서 6단계(탁월,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아주 미흡)로 늘어난다. 한 단장은 "양호 등급에 속한 기금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평가등급을 세분화시켰다"며 "이렇게 되면 절대평가로 이뤄지는 비계량지표의 점수에 따라 등급이 갈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만기가 짧은 단기자산은 두 가지 종류로 나눠진다. 기존에는 단기성자금의 기준을 운용기간 1년 미만으로 정의했지만 내년부터는 3개월 미만은 현금성 자금, 3개월~1년은 유동성 자금으로 구분된다. 수익률 평가 기준도 바뀐다. 현금성 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의 3개월 평균 금리로, 유동성 자금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로 한다.

한 단장은 "기존에 단기성자금을 1개월 미만으로 운용한 곳에 비해 1년간 운용한 곳이 수익률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며 "운용기간이 제한적으로 짧을 수밖에 없는 곳이 불이익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 이후 후속조치도 강화한다. 평가 결과 최상위기금에게는 다음 해에 비계량평가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다만 최상위기금의 기준을 6등급 중 1등급으로 할지, 아니면 모든 평가대상 중 단 한 곳으로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면제를 받은 비계량평가 점수를 다음 해에 어떤 식으로 계산할지도 미정이다.

한 단장은 "비계량평가는 운용체계와 관리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점수 변동 폭이 그리 크지 않다"며 "비계량평가를 면제 받을 경우, 해당 기금은 평가준비에 들이는 시간이 대폭 줄어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하위기금에는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정밀실태조사를 실시해 구체적인 개선사항을 요구하고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 단장은 "기금별로 각각의 한계와 제약점이 있고 문제점도 다 있다"며 "최하위기금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실질적인 개선책을 유도해 문제점을 고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은 당근과 채찍을 골자로 잘한 곳에는 인센티브를 더 주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단장은 기금운용평가가 경영평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몇몇 기금들은 운용평가 점수가 경영평가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인사문제와도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평가 상위 기금에게 지급하는 기금운영비는 대부분 운영실무자에게 인센티브로 지급되곤 한다"고 말했다.

현재 평가결과 상위 1/3의 기금은 기금운영비가 0.5%포인트 증액되며 반대로 평가결과 하위 1/3의 기금은 기금운영비가 0.5%포인트 삭감된다

기금운용평가단은 내년 기금 존치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 매년 연속 평가를 할 경우 기금의 부담감이 크고 기존 지적사항에 대한 개선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2015년에는 2013년에 서면평가를 한 기금, 2016년에는 2013년에 대면평가를 한 기금과 연기성 기금을 대상으로 다시 존치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한 단장은 "공기업에 대한 경영합리화가 현재의 국가정책 방향"이라며 "대부분의 기금들 역시 공기업 산하 혹은 직접 관리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국가정책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경영합리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