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새 먹거리 찾아 '동분서주' [2014 승부수] 얇아진 정제마진 극복...해외 신사업 속도
김익환 기자공개 2014-01-07 09:15:00
[편집자주]
의지(意志)는 역경(逆境)을 이긴다. 기업 환경은 나빠지고 실적이 악화되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5년간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외 환경에서도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장을 잡은 기업은 몰라보게 기업의 체질이 달라졌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기업에겐 2014년은 도약의 한 해가 될 수 있다. 갑오년, 역동적인 말의 해를 맞아 우리 기업들은 어느 현장에 승부수를 띄울지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4년 01월 02일 1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83년 4월 인도네시아 카리문.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의 첫 해외자원사업은 실패로 귀결됐다. 카리문 해상광구 탐사에 3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첫 발을 뗏지만 8개 탐사정에서의 시추결과는 미미했다. 하지만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실패에 낙담하지 않았다. 이듬해 아프리카 북예멘 마리브 광구 투자에 재차 나서며 '대박'을 터트린 것을 시작으로 해외자원사업에서 연이은 낭보가 전해졌다.30여년이 지났지만 SK이노베이션의 도전정신은 더 부각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정제마진이 악화하면서 '기름 장사' 수익이 평년 수준을 밑돌았고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윤활기유 사업 등도 고전했다. 그러자 신사업의 행보도 빨라졌다. 검은대륙 아프리카에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사업의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 정유사업 전망 먹구름 "대응책 필요"
정유사는 2013년 실적악화로 몸살을 앓았다. 글로벌 경기악화와 유가 변동폭 확대로 실적이 악화됐으며 상반기 일부업체는 정유부문에서 적자를 내기도 했다. 비정유사업에서 선방하며 정유사의 상반기 실적이 겨우 적자를 면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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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014년 전망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국제조사기관의 집계치를 취합해 보면 2014년 유가는 지난해보다 낮은 100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2014년 석유제품 공급물량이 수요물량을 10만b/d(배럴 기준 일일생산량) 웃돌며 공급초과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업계는 2014년 석유 정제마진이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사업 여건 악화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역시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11년 브라질 광구를 매각한 SK이노베이션은 해외사업 및 신사업에서 다소 더딘 행보를 보여왔다.
당시 브라질 3개의 해상 광구 지분을 덴마크 머스크에 24억 달러를 받고 팔았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브라질 광구 매각대금을 유망 생산광구 매입에 쓰거나 해외기업 인수를 위해 쓴다고 밝혔다. 하지만 2년이 지났지만 굵직한 해외사업 및 광구투자는 번번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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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인도 윤활유 업체 '사 페트롤리엄(Sah PetroleumLimited)' 지분 87%를 378억 원에 인수하려고 했지만 인도 시장 진출이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따라 계획을 접었다. 같은 해 북미 자원개발업체 '샤파렐에너지(Chaparral Energy)'도 인수 협상을 벌이다가 막판에 무산됐다.
◇ 3년만에 광구 인수…해외사업 광폭 행보
2013년말부터 SK이노베이션이 보여온 사업 행보는 어느 때보다 과감하다. 2013년 12월 아프리카 모로코 해상광구 탐사권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모로코 포움 아사카(Foum Assaka) 광구 지분 12.5%를 320만 달러에 인수했다. 탐사단계인 포움 아사카 광구가 향후 본격 탐사와 개발 등에 착수하게 되면 SK이노베이션도 추가로 수천억원대 관련 투자를 추후 진행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이 석유광구를 인수한 것은 2010년 콜롬비아 광구를 인수한 뒤 처음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아프리카 우간다 정유사업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25억 달러 규모의 우간다 정유공장 건설 사업자를 선정하는 입찰에 참여해 적격예비후보(Short list)로 선정됐다. 2014년 상반기 공사에 착수하는 우간다 정유공장 건설을 위해 우간다 당국은 공장 지분 60%를 해외업체에 매각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외에도 영국의 페트로팍(Petrofac), 석유 중개업체 비톨(Vitol)를 비롯해 6개의 업체가 적격예비후보(Short list)로 선정됐다.
해당 입찰에는 75개의 업체가 참여할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최근 우간다를 비롯해 동아프리카 지역에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동아프리카 자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자원업체가 우간다 정유 공장 투자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인도네시아 아스팔트 시장에도 진출을 타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PT Pertamina)와 연산 150만톤 규모의 아스팔트 공장 건설 조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아스팔트 수요가 빠르게 늘자 이를 충족하기 위한 설비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해외사업과 신사업을 검토하며 정유업계 영업여건 악화에 대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내부에서 상시적으로 수많은 자원기업 등 매물을 검토하고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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