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1월 13일 18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플라스틱 가공업체인 엔피씨(NPC) 창업주 내외가 손자인 임수환씨가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로 있는 주식회사 동암에 지분 7.66%를 2013년 말 장외에서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격은 5160원으로 총 거래금액은 166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동암이 지분을 인수할 자금이 없었다는 데 있다. 동암은 2013년 12월17일 등기된 회사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하고 있다. 1984년생인 임수환씨가 대표이사이자 지분 8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아버지인 임익성 엔피씨 회장이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발행주식은 2만 주, 액면가는 5000원으로 자본금이 1억 원에 불과하다.

동암이 자체자금으로 임채홍, 장혜원 창업주 내외의 지분을 인수할 자금여력은 없었던 것이다. 지분 거래가 발생한 2013년 12월26일 이후 지금까지(1월 10일 기준)도 등기부 등본에는 자본금 증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임수환 대표 역시 자금이 넉넉하지 않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엔피씨 지분 3.97%(145만 9600주) 중의 99%(144만 9600주)가 지난 2010년 말부터 하나은행에 담보 설정돼 있다.

물론 동암이 매입 주식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차입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 가능성은 낮다. 우선 주식 담보 대출을 위해서는 인수가격(166억 원)의 두 배 가량인 최소 300억 원 어치의 주식을 맡겨야 한다. 장외에서 매입한 주식을 담보로 맡겨 주식을 살수는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아버지 임익성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역시 동암의 지분거래 이후 지금까지 보유주식을 담보로 맡겼다는 공시는 없었다.

아버지인 임익성 회장이나 특수 관계인으로부터 제 3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동암이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사업이나 자산이 없지만 담보만 있다면 사전 조율을 통해 충분히 대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버지 임익성 회장이나 특수 관계인으로부터 직접 자금을 빌리는 방법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동암이 어떻게 자금을 조달했는지 불명확하다. 특수 관계인의 지분 매각을 공시한 엔피씨 조차 동암과 직접 연락하지 못하고 방법도 없다는 입장이다. 지분 매각 공시 역시 거래를 담당한 증권회사를 통보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엔피씨 경영관리를 맡고 있는 업무 부장은 "증권회사를 통해 공시에 나섰을 뿐 동암에 대해 전혀 모르고 연락할 방법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창업주 내외가 손자에게 주식을 편법증여하기 위해 동암이라는 신설회사를 내세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직접 주식을 증여하는 것보다 신설 회사를 만들어 지분을 매각하는 게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증여세(최대 50%)는 일반적으로 개인과 개인의 거래에서 발생하고 개인과 법인은 지분 처분 시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다만 과세당국이 실질적인 증여로 인정할 경우, 개인과 법인사이의 거래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나이 등 여러 정황상 창업주 내외의 지분을 손자에게 증여하기 위해 동암이라는 법인을 활용했을 수 있다"며 "불법적인 사안은 아니지만 과세당국이 실질 과세원칙을 적용할 수도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