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3월 14일 08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려하던 시나리오가 결국 현실화됐다. 그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 차입금 급증과 실적 개선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으로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한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 없었다.그동안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두고 한진해운의 턴어라운드 여부를 줄곧 언급해 왔다. 지금으로선 대한항공의 등급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유상증자 참여로 한진해운의 최대주주에까지 오를 경우 대한항공은 자회사의 신용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13일 한진해운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떨어뜨렸다.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조정하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12월 2조 원대의 자구계획을 밝혔던 한진해운이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탓이다. 당기순손실 누적으로 자기자본은 6533억 원까지 줄었고, 부채비율은 1400%를 넘어섰다.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차입금만 3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자구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결국 현실화된 것이다. 당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한진해운이 적극적인 재무구조 개선 의지를 내비친 점은 높이 평가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해운 시장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단기간 내 수익구조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 동안 한진해운 살리기에 가장 앞장서 왔던 건 계열사인 대한항공이었다. 이미 두 번에 걸쳐 2500억 원의 대여금을 집행한 데다 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를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 역시 에쓰오일 지분 매각을 포함, 3조 5000억 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계열 리스크를 우려한 크레딧 업계의 반발에다 배임 논란까지 일었지만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수뇌부는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한진해운의 신용등급 추가 하락이었다. 한진해운이 회복에 성공할 경우 사업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한 시너지 구현에 기대를 걸고 있던 대한항공이었지만 당장 추가적인 재무 지원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는 곧 대한항공의 신용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했다.
그동안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한진해운의 턴어라운드에 달렸다"고 강조해 온 신용평가사들이기에 향후 대한항공의 등급 하락 가능성도 배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5년 만의 적자 전환과 함께 차입금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대한항공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더구나 대한항공은 상반기 안으로 한진해운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최대주주 등극을 앞두고 있다. 4000억 원의 지원액은 당장 한진해운이 갚아야 할 차입금 규모를 고려하면 크게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차입금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점에서 크레딧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 노치(notch)만 더 떨어져도 BBB급 기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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