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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에쓰오일 매각 지지부진...구조조정 발목잡나 이번주 가격 협상...아람코 20억불 미만 주장

안경주 기자공개 2014-05-23 08:49:53

이 기사는 2014년 05월 20일 09: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인 에쓰오일(S-OIL) 지분 매각 협상이 늦어지면서 구조조정 일정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번 주 싱가포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Aramco)와 에쓰오일 주식 매각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대한한공은 에쓰오일 지분 28.41%(3198만3586주)를 보유하고 있는 한진에너지의 대주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실무진이 에쓰오일 지분매각 협상을 위해 아람코와 접촉할 예정"이라며 "가격에 대한 입장 차이를 얼만큼 좁힐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해 12월 3조5000억 원에 달하는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개선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1분기 안에 에쓰오일 지분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한진해운홀딩스와 한진해운 합병 등을 감안해 2분기로 지분 매각 시점을 수정했다. 당시 주가를 토대로 예상한 매각 가격은 2조2000억 원으로 매각 대상 자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번 한진그룹과 아람코 간 협상도 의견차를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그룹은 당초 계획대로 에쓰오일 보유 지분 매각에 20억 달러 이상을 요구하는 반면 아람코는 20억 달러 이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

에쓰오일 주가 추이
▲에쓰오일 주가 변동 추이

양측간 협상이 겉도는 것은 에쓰오일 주가 하락이 원인이다. 에쓰오일 주가는 한진그룹이 주식 매각을 발표하던 작년 12월19일 주당 7만2400원이었으나 지난 5월19일 종가 기준 5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약 5개월 동안 주가가 18.5% 정도 빠진 것이다.

아람코가 한진그룹에 우호적인 입장이더라도 10%가 넘는 가격차를 조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다 주가가 쉽게 오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 협상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 영업환경이 좋아지지 않는 한 에쓰오일 주가도 상승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실적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진그룹과 대한항공간 가격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분 매각 협상 대상자를 아람코에서 다른 곳으로 바꾸는 방안도 쉽지 않다. 아람코가 거부하지 않는 한 지분 매각 협상을 지속해 나간다는 게 한진그룹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아람코와는 계속해서 인연을 쌓아갈 계획"이라며 "(지분 매각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진그룹이 에쓰오일을 통해서만 항공유를 공급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아람코와 맺었던 전략적 관계를 포기하고 일방적으로 다른 곳에 지분을 매각하기에는 부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진그룹 자구계획안

문제는 에쓰오일 지분 매각이 늦어지면 한진해운 유상증자 참여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진그룹 구조조정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한진그룹은 에쓰오일 지분 매각 자금을 기반으로 대한항공을 통해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4000억 원 규모로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분 매각이 늦어지면 한진해운의 유상증자 시점을 늦추거나 규모를 축소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에쓰오일 지분 매각 가격이 낮아지면 재무구조 개선에 쓰일 자금도 줄어들게 된다. 한진그룹은 에쓰오일 지분 매각을 통해 1조20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주가를 감안하면 7000억~8000억 원 이상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 경우 재무건전성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서 4000억~5000억 원 규모의 추가 유동성 확보 방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는 한진해운이나 대한항공의 재무구조개선과도 연결되면서, 결국 한진그룹 구조조정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아직까지 한진그룹의 에쓰오일 지분 매각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에쓰오일 주가로 인해 가격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지만 (가격 협상이) 지지부진 하다가도 언제든지 타결될 수 있는 만큼 현재로써는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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