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6월 27일 07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격호 총괄회장 체제가 견고했던 롯데그룹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업계는 고령의 신 총괄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의 갖가지 시나리오를 쏟아내며 '포스트 신격호 체제'가 멀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후계구도를 두고 '일본=신동주, 한국=신동빈'이라는 공식은 수년간 정답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제과사업을 둘러싼 미묘한 기류는 이 공식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에 힘을 싣는다.
일본 롯데그룹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형 신동주 부회장은 최근 10개월간 23여 차례에 걸쳐 롯데제과의 지분 약 0.5% 을 매입했다. 주당 평균 가격이 170만 원인 주식 5247주를 사재 90억 원을 투자해 사들인 셈이다. 롯데제과 주식은 유동량도 거의 없고 주당 평균단가도 높아, 단순히 주가 부양이나 투자 목적으로 해석하기엔 무엇인가 석연치 않다.
특히 신 부회장은 장자로서 그룹의 모태가 됐던 제과 사업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히 내비쳐왔다. 제과 사업의 아시아 시장 주도권이 일본 롯데에 있다는 신 부회장의 말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수십 년 간 공생을 꾀했던 아시아 시장에서 양국의 제과 계열사가 결별 수순을 밟는 모습도 심상치 않다. 이 과정에서 제과 사업 초기 합작을 통해 설립했던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 법인의 지배 지분은 모두 일본 롯데로 넘어갔다.
실제 일본 롯데그룹은 제과 이외에는 뚜렷한 성과를 내는 사업 부문이 없다. 광고·인쇄·물류 등 모든 역량이 제과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제과 사업이 신 부회장의 자존심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제과사업에 대한 신 부회장의 애착은 그룹의 헤게모니 변화와도 맞닿아있다.
최근 글로벌 '롯데'를 표방하며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LPGA 챔피언십 행사의 주빈 자리는 동생 신동빈 회장에게 돌아갔다. 금융권 인사는 물론 세계적인 기업의 수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신 회장의 모습에선 20년 사이 10배 이상 성장한 한국 롯데의 대표라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러나 신 부회장은 일찍 행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연이어 신사업을 성공시키며 회장으로서 카리스마를 뽐내고 있는 신 회장의 입지는 이미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신 부회장의 책임하에 있다는 일본 롯데는 수 십 년째 큰 변화가 없다. 동생보다 먼저 경영에 참여하며 롯데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는 자부심만이 어쩌면 신 부회장의 경영권을 지탱해주는 기반일지 모른다.
롯데의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숱한 추측들이 쏟아지지만 그룹측은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룹의 주도권을 둘러싼 롯데가(家) 형제의 미묘한 힘 겨루기는 이미 오래전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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