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7월 21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키워드중 하나는 단연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SPAC)이다. 지난 2009년 등장한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던 스팩은 상반기에만 3곳이 상장했다. 하반기에도 5~6곳이 상장을 준비하는 등 스팩이 새로운 IPO시장 트렌드로 부각됐다.증권사들 역시 선데이토즈의 스팩 상장 성공과 올초 정부의 활성화 대책에 따라 스팩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하며 상장 계획 마련에 분주하다. 다음과 카카오의 전격 합병 역시 우회상장 기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스팩에 대한 투자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하지만 회복세를 보이던 스팩은 다시 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상장 기업 뿐 아니라 스팩 이나 우회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에게도 지정 감사제 도입을 적용하는 시행령을 내놨다. 시행령에 따라 상장을 준비하는 모든 기업들은 합병일 직전 회계연도부터 외부감사를 지정받아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지정 감사제도의 도입으로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의 장점과 성공 가능성이 일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스팩을 통해 합병 상장에 나서는 이른바 피합병기업(펄 기업)은 지정 감사제 도입으로 합병을 최대 1년여 앞둔 시점부터 감사를 받아야 한다. 합병을 불과 2~3개월 앞두고 전격 합병을 발표하며 합병 계획에 보안을 유지하던 이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비상장기업인 '펄' 기업의 상장 계획이 미리 시장에 공개될 경우 차익을 기대한 투자 열기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물론 잇따른 투자가 이어지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합병을 앞둔 펄 기업의 입장에선 사정이 좀 다르다. 높아진 펄 기업의 가치는 스팩 상장의 열쇠인 합병 비율을 크게 높일 수 밖에 없다. 높아진 합병비율은 합병을 결정짓는 총회에서 스팩 주주들의 합병 부결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우게 된다. 스팩의 주주들 입장에서 높아진 합병 비율로 자신들의 지분이 희석될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합병을 거부할 수 밖에 없다.
스팩과 펄 기업간 적정한 합병비율을 기반으로 상호 주주간의 투자수익이 보장되던 스팩의 제도적 장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시행령 발표 후 스팩 상장을 준비하던 증권사들이 스팩 상장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정 감사제도의 도입은 주식 시장의 투명성을 이끌 수 있는 제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스팩은 두 기업의 주주들 간 합병 결의를 기반으로 상장이 결정되는 특이한 구조다. 스팩 합병이 성공되고 시장에 상장된 이후부터 규제 적용에 나서는 것은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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