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8월 08일 07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공시 현황'은 뭔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 거래소는 상장기업들의 올해 1~7월 CB 발행금액이 총 1조 2378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0.5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같은 기간 BW 발행액은 97.09% 감소한 57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BW 발행이 급감한 이유는 자명하다. 지난해 8월 말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이후 '분리형' BW 발행이 중단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BW 발행시장은 사실상 소멸했다.
CB 물량이 늘어난 원인도 비교적 뚜렷해 보인다. 예전 같으면 BW로 조달했을 기업들이 CB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를 두고 "CB가 BW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꼭 그럴까.
전체 주식연계증권(ELB) 시장 추이를 보면 좀 더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CB와 BW만 포함한 ELB 거래는 최근 1년 간 2조 7127억 원에서 1조 2955억 원으로 절반 이상 축소됐다. CB가 BW의 대체재로 자리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BW 발행이 막혀 이도저도 못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라는 뜻도 된다. 이 중엔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내세운 중소·중견기업도 다수 있을 것이다.
자본시장법 개정 전까지 BW는 ELB(BW·CB·EB) 시장에서 언제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인기있는 상품이 금지되자 IB업계에선 대체 자금 통로를 모색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다.
기존 분리형 BW에서 워런트만 따로 떼서 찍는 방안이 그 중 하나다. 이른 바 독립형 워런트다. 하지만 독립형 워런트는 과거 BW로 발행됐을 때와 밸류에이션 차이가 크게 났다. 채권과 붙어 있을 땐 원주의 10~15% 정도에 그치던 것이 독립돼서 이론적 가치에 준해 산정하면 20~30%까지 올랐다. 투자 매력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셈이다. 발행사 입장에서도 워런트만 갖고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BW로 묶었을 때만큼의 사이즈가 나오질 않았다. 결국 현실적인 대안이 못됐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CB를 분리형 BW처럼 만드는 것이었다. 파생상품과 같이 워런트 및 채권 투자자와 별도 스왑계약을 맺어 CB를 쪼개는 구조다. 하지만 주관사가 CB를 인수한 뒤 워런트와 채권 투자자를 각각 섭외해 계약을 체결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물량을 들고 있는 증권사의 크레딧 리스크도 고민거리. 결국 지난해 8월 이후 국내 자본시장에서 독립형 워런트나 분리형 CB가 나온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아직 그 어떤 상품도 분리형 BW를 대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공모' 분리형 BW 발행만 다시 허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란 얘기가 들린다. 금융위원회에서도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이를 부인하진 않고 있다. 다만 자본시장법 재개정 시점이 언제인지, 확실히 시행은 되는 건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흔히 ELB를 일컫는 '메자닌(Mezzanine)'은 건물 1~2층 사이의 중간층을 뜻하는 이태리어에서 유래됐다. 경영권 편법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가려졌지만, 이 애매한 상품이 그간 신용도가 낮아 채권을 못 찍고, 주주가치 희석 우려에 증자가 부담인 중소·중견기업에게 꽤나 유연한 조달 수단이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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