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9월 05일 08: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M&A시장의 '핫 매물' 중 하나는 금호고속이다. 그런데 '핫 매물'인 이유가 조금 색다르다. 기업가치나 예상 거래가격이 매우 높다거나 인수후보들이 구름같이 몰려서가 아니라, 우선매수권을 가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매각 측과 '뜨거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어서다.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기업이다.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이 1946년 택시 2대를 구입해 설립한 '광주택시'가 금호고속의 전신이며 그룹의 출발점이다.
이런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금호고속은 지난 2012년 8월 금호그룹에서 분리됐다. 대우건설 인수 후유증에 시달리던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 위해 금호고속을 다른 자산과 묶어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금호그룹은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확보해뒀다. 그리고 현재 이를 바탕으로 모태기업 되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금호고속 인수를 위해 금호그룹이 펼치고 있는 노력과 행보들이 '매각 방해'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지나치다는 점이다.
금호그룹은 처음엔 우선매수권을 반드시 행사할 것이니 인수전에 참여하는 후보가 실익을 얻지 못할 것이란 조언 형태의 경고만 내놨다. 하지만 이내 '제3자가 인수할 경우 금호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 '호남지역 정서에 반하는 일이라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최근에는 금호고속의 현 주인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 PEF가 투자금에 비해 높은 매각가를 챙기려 한다며 '먹튀' 논란까지 제기하고 있다.
금호그룹의 이런 행태는 금호고속 매각 측은 물론이고 이번 딜과 무관한 M&A시장 관계자들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게다가 내놓은 주장들을 곰곰이 살펴보면 대부분 근거가 미약하고 설득력이 없다.
금호고속이 '금호'라는 이름을 떼어내고 'OO고속'으로 사명을 변경하면 호남지역에서 배척돼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이용률이 감소할 것이란 주장은 '지역감정'에 기대려는 금호그룹의 바람일 뿐이다.
고속버스 이용자는 본인의 목적지별 노선과 시간에 따라 티켓을 구매할 뿐 운수사의 브랜드는 중요한 고려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고속버스 노선은 국토교통부의 인가를 통해 결정된다. 승객에게 별다른 선택권이 없는 셈이다.
'먹튀' 주장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금호그룹은 금호고속 임직원들을 내세워 PEF가 1100억 원에 인수해 6000억 원에 팔려한다며 '먹튀'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런데 이는 숫자를 아전인수식으로 활용한 주장이다. 앞 숫자는 지분가치(Equity Value)이고 뒤는 기업가치(EV)이다. 매각차익을 부풀려 보이도록 의미가 다른 숫자를 비교해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먹튀'라는 표현 자체도 문제다. 이 단어는 대단히 부정적 어감을 갖고 있지만 개념은 모호하다. 대체 얼마 이상의 차익을 내면 '먹튀'인걸까?
게다가 IBK투자증권-케이스톤 PEF는 투기자본이나 헤지펀드 등이 아닌 '기업재무안정 펀드'이다. 출자자가 정책금융공사, 새마을금고, 교원공제회, 증권금융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금호그룹이 자신들의 유동성 위기를 넘도록 도와준 공적 성격의 자금에 '먹튀'란 멍에를 씌우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금호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시선이 점차 싸늘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며 도둑 취급하는 셈"이라며 "앞으로 누가 금호그룹을 도와주려 하겠냐"고 지적했다.
이대로 가면 금호그룹이 금호고속을 되찾더라도 무형의 손해가 더 클 수 있다. 지금이라도 금호고속 인수전에 임하는 자세를 '정정당당한' 모습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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