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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털어 그룹 살렸던 이재현 회장의 '좌절' [thebell note]

신수아 기자공개 2014-09-15 08:24:49

이 기사는 2014년 09월 12일 1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2일, 한 차례 연기된 후 열리는 이재현 회장의 선고일. 어느 때 보다 많이 운집한 취재진이 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온 재판임을 알게했다. 한달 전 보다 훌쩍 야윈 이 회장이 휠체어에 기댄 채 취재진의 셔터 세례를 받으며 입장했다. 환자복 아래 드러나 깡마른 두 다리만이 기력을 온전히 잃어버린 건강상태를 짐작케 할 뿐이다.

선고 공판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엄숙했다. 잡담하나 들리지 않는 조용한 재판장에 나지막한 부장판사의 목소리만 울렸다. 항소심 일정 내내 자리를 지켜 온 손경식 회장과 이채욱 부회장은 잔뜩 긴장한 채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을 응시했다.

"피고인들의 항소이유는 정당하다", "피고인들의 항소이유를 받아들인다", "사실 오인, 법리 오인한 원심의 판결을 파기한다"는 판사의 말이 들릴 때면, 기대감이 담긴 낮은 탄식이 곳곳에서 퍼져나왔다.

그러나 묵묵히 40여 분간 판결의 변을 읽어간 부장판사의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겨둔 찰나, "징역 3년, 벌금 252억 원에 처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원심에 이어 다시 실형이 선고 됐다. 힘겹게 앉아있던 이 회장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2000년 대 CJ그룹의 걸출한 성장을 이끌었다. 2000년 대는 CJ그룹이 식품 및 식품서비스 사업군·생명공학 사업군·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사업군·신유통 사업군 등 4대 핵심 사업군으로 역량을 집중화하던 시기다.

2002년 이 회장이 그룹의 수장에 앉았고 같은 해 제일제당그룹은 'CJ그룹'으로 사명을 바꾸었다. 4년이 채 지나지 않아 CJ그룹은 해외 진출에 뛰어들었고, 이듬해 지주사체제로 전환했다. 성장의 속도는 빨랐다. 지주사 전환당시 연결기준 자산규모는 2조9447억 원, 그러나 5년 후인 2012년 말 기준 자산규모는 21조3850억 원으로 10배 성장했다.

바로 그 중심에 이 회장이 있었다. 경영권을 강화하고 CJ CGV·CJ제일제당·CJ E&M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중소 계열사를 편입시키고 동시에 해외 시장으로 빠르게 확대했다. 이후 대한통운을 인수하고 CJ푸드빌을 통해 식품 사업의 세계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사재도 아끼지 않았다. 대주주의 지분을 무상 소각하고, 유상증자에 적극 참여해 계열사에 자금을 수혈했다. 신주인수권을 보유한 BW를 전량 소각해 계열사의 물량 부담을 해소한 사례도 있다. 사람이 곧 회사의 자산이라는 판단아래 인재 경영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룹내 기여도에 따라 사재를 털어 격려금이나 인센티브를 전달하기도 했다. 실제 재판에서 이 회장이 마련한 부외 자금 대부분은 이 같은 공적인 명목으로 사용됐다고 판시되기도 했다. 그가 CJ그룹의 '살아있는 동력'이라 불리는 이유다.

선고 후, 한껏 움츠러든 이 회장은 조용히 재판장을 빠져나갔다. 모든 것이 본인의 불찰이며 부덕의 소치라고 말하며 책임을 지겠다는 노(老)회장의 간절한 외침은 공허한 공명이 됐다.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는 그룹 인사들의 표정만 침울한 분위기를 대변했다.

그러나 스스로 시작한 CJ그룹의 사업을 완성해 반드시 세계적인 글로벌 생활 문화 기업으로 완성하겠다는 이 회장의 다짐마저 좌절된 것은 아니다. '그레이트CJ'를 이룩하겠다는 이 회장의 꿈은 조용히 성장의 발판을 다지고 있는 CJ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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