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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형 퇴직연금, 일본은 왜 실패했나 ④미국, 자산운용업 발전 유도‥일본 사례 '타산지석'

박시진 기자공개 2014-10-24 08:17:49

[편집자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가 근로자 수급권 보호를 통한 노후 연금확보를 목표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퇴직연금의 자본시장 유입을 통한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의 의견과 해외 사례 등을 통해 기금형 퇴직연금의 주요 이슈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1일 10: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호주, 미국, 영국 등의 성공사례를 근거로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401K의 도입으로 근로자의 노후자금 조성과 기업의 퇴직부채 부담 완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흘러든 자산운용업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나 금융시장의 상황이 미국이나 일본과 같지 않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반대하는 측의 논리다. 퇴직금 운용과 관련된 전문성이 떨어지고 모럴 해저드를 방지할 장치나 인식이 부족할 뿐 아니라 과도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일본의 실패사례가 반대 쪽 논리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 미국 자산운용업 세계 1위로 이끈 퇴직연금제도

미국은 401(k)등 DC형(확정기여형) 기업연금 제도를 도입한 지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 회사와 근로자는 매달 일정액의 퇴직금을 각각 부담, 401(k)의 적립금으로 쌓는다. 이 적립금을 주식 및 펀드에 투자, 성과를 내 근로자들에게 지급해 노후보장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401(k)제도 운용의 가장 큰 장점은 세제혜택이다. 미국 근로자 퇴직소득보장법 401조 K항에 따르면 적립금 투자로 얻은 이익에 대해서 과세를 최대한 유예해준다. 자금의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또한 근로자들에게 소득세를 부과할 때 401(k)에 적립하는 금액은 과세표준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자산 규모는 매우 가파르게 증가, 지난 상반기 기준 은퇴자산은 20조 8000억 달러에 이른다. 연금지급액을 파악할 수 있는 소득대체율도 80~90% 사이다.

미국 기업연금은 선택해서 가입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규직 근로자의 80%가 가입한 상태다. 1978년 401(k)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뒤 DC형의 비중이 점차 높아졌다. 1999년에는 DC형이 전체 사적연금의 60%까지 차지했다.

기업에서는 401(k)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피델리티와 뱅가드 재무전문가 등을 선임해 관리자(administrator)를 선정한다. 이 관리자는 근로자의 펀드가입과 수익률에 대한 관리 등 업무를 총괄한다. 전문성을 갖춘 관리자들이 다양한 펀드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며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다 보니 덩달아 가입률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내 DC형 퇴직연금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근로자들은 적절한 퇴직연금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하고, 기업은 퇴직금을 한 번에 주는 부담을 덜며 기금을 운용한다는 설명이다.

401(k)제도가 도입된 뒤 미국 퇴직연금시장과 자본시장에는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증시 상승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높은 수익률로 다시 자금이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 자산운용업의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미국의 자산운용사들은 퇴직연금을 바탕으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 대표적 성공사례로 거론되는 호주, 실제로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호주. 호주는 미흡한 공적연금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1992년 강제가입 퇴직연금제도(Superannuation Guarantee)를 도입했다. 이는 시행 20년 만에 연금자산이 약 1조 4000억 달러로 세계에서 네 번째 규모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퇴직연금제도 가입률도 1987년 40%에서 2012년 95%를 상회했다. 호주는 연기금 가입시 근로자 본인이 근무하는 기업이나 산업에서 설립한 퇴직연금기금 뿐 아니라 다른 기업, 산업 및 금융기관이 설립한 기금에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호주의 퇴직연금제도가 발전한 것은 기금형제도보다는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호주는 국민연금 부재로 퇴직연금제도가 핵심이다. 퇴직연금 강제화, 소득이 있는 국민에게 가입자격을 확대한 것, 임금인상분의 퇴직연금 적립, 기본펀드(Default fund)의 도입, 보조금, 강력한 세제혜택 등이 뒷받침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간 3만 7000호주달러 이하의 저소득자에게 기여금의 15%를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또한 일반소득세 최고세율이 48%인데 비해 가입단계에서 기여금에 대해 최저세율 15%를 과세하며, 60세 이후 연금 수령 시 비과세 혜택을 제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주는 퇴직연금제도가 성공한 사례이지만 기금형제도 자체를 성공한 사례로 평가하기는 곤란하다"며 "국내와 환경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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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현황 비교 (출처; 금융투자협회)

◇ 일본 'AIJ사건' , 반면교사 삼아야

일본의 퇴직급여제도는 국내와 가장 유사하다. 퇴직일시금과 퇴직연금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기금형제도 실패 사례로 꼽힌다.

일본은 1960년대 계약형과 기금형제도를 비롯, 다양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2001년 퇴직연금 개혁아 따라 계약형, 기금형 확정급부 기업연금, 확정기여형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정부는 그 이후 기존의 후생연금기금에서 새로운 기금형 확정급부 기업연금으로 전환을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본 퇴직연금제도의 수익률을 보면 기금형제도와 계약형제도 간 차이가 거의 없다. 2007년과 2008년 계약형제도의 수익률이 기금형제도보다 평균 4%가량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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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보험연구원

일본이 실패 사례로 평가되는 이유는 'AIJ사건'을 비롯한 모럴 해저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1966년 일본정부는 퇴직연금제도에 공적연금의 일부기능을 부가하기 위해 후생연금기금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1990년대 말까지 가입자 1200만 명과 53조 엔의 자산을 보유한 대표적인 퇴직연금제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후생연금기금은 1990년대 말 거품경제 붕괴 이후 저금리 장기화로 운용손실 규모가 커졌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라 연금자산 재평가, 퇴직급여채무 급증 등으로 연기금 재정부실이 막대해졌다는 설명이다.

연기금 전문 대형운용사인 AIJ는 2000년대 후반부터 허위로 운용수익률을 공시, 고금리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영업을 확장했다. 연기금 운용사 선정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AIJ운용은 유치한 수탁자금을 수탁자 의사와는 상관없이 고위험 자산에 투자했고 매년 큰 폭의 투자손실이 났다. 허위 운용보고서를 연기금에게 제공하는 등 '폰지사기'방법으로 영업을 지속했다.

일본 정무는 결국 2012년 이 사건을 적발했다, 연기금 수탁자금 2000억 엔 중 90% 이상 손실이 발생, 84개 연기금에 가입된 88만 명의 가입자가 피해를 입었다. 업계 관계자는 "AIJ사건을 통해 연기금의 방만하고 안일한 운영, 비전문성, 연금사업자 선정의 객관성 결여, 제3자 감시인 역할 미흡 등 기금형제도의 문제점이 대거 드러났다"며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할 경우 수탁자 책임, 수급권 보호 문제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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