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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 공장' 부산에서 만난 CJ의 '초심'

부산=신수아 기자공개 2014-11-04 12:00:00

이 기사는 2014년 11월 03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중에서 흔히 접하는 즉석밥은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밥을 꾹 눌러 담는 걸까. 아니면 수분을 잘 머금은 생쌀을 직접 용기에 담아 잘 익히는 걸까.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CJ제일제당 햇반 공장의 생산라인이 쉬지 않고 돌아간다. 일정량의 잘 씻어진 쌀과 적당량의 물은 일렬로 놓인 하얀 용기에 담긴다. 트레이로 옮겨진 용기는 한참 동안 스팀살균의 공정을 거쳐 깔끔하게 마감된 한 개의 즉석밥으로 탄생한다. 아무리 찾아봐도 잘 지어진 밥을 주걱을 담는 과정은 없다. 예상을 뒤엎는 햇반의 생산과정은 마치 유레카와 같다.

CJ제일제당의 햇반 제조 기술은 독보적이다. 찰기와 구수한 향을 모두 잡아 '갓 지은 밥'으로 포장하는 노하우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신선한 발상이 가미되며 진화를 거듭하는 이 핵심 기술은 10년 전 바로 부산 공장에서 시작됐다.

사실 CJ그룹과 부산의 인연은 대단히 깊다. 바로 이곳에 사업의 원류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 제1공장은 CJ제일제당의 모태가 된 설탕을 최초로 생산한 곳이며, 이후 그룹 성장의 밑거름이 된 밀가루가 만들어진 공장이기도 하다. 이어 1991년 문을 연 부산 제2공장에서는 전국민에게 감칠맛을 선사하며 CJ제일제당을 단번에 대표적인 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킨 조미료 다시다가 생산됐다.

부산이 갖는 상징성은 1993년 CJ그룹과 삼성그룹의 계열분리 당시에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제일제당이 소유했던 부산서면로터리 제1공장 부지를 두고 양측은 끝까지 눈치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창업자를 기리는 문화사업을 하겠다는 삼성은 뜻을 이루지 못했고, 제1공장은 2005년 매각되기 전까지 CJ제일제당의 생산의 축을 담당했다. 한편 수차례 증설을 거친 부산 제2공장은 현재까지 다시다·햇반·푸딩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핵심 식품사업장으로 자리잡았다.

식품사업을 모태로 성장해 온 CJ그룹은 때마다 국민들의 생활에 혁신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며 사업을 키워왔다. 식품부문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유통 영역으로 사업의 저변을 확대했으며, 이후 그 누구도 섣부르게 투자할 수 없었던 문화 사업에 과감히 베팅하며 선두에 서기도 했다. 사업이 주춤할 때 마다 돋보인 저력은 바로 새로운 발상과 트렌드를 읽는 힘이었다.

총수 공백의 위기를 겪으며 CJ제일제당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은 내실다지기 작업에 한창이다. 덜어내야 할 사업은 과감히 접고, 고삐를 죄어야 할 사업은 재빠르게 매듭을 짓고 있다. 최근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새롭게 선임하며 오너 공백의 선제적 대응에 나선 모습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레이트CJ'를 이룩하겠다는 초심은 부산의 작은 공장에서 시작됐다. 트레이를 따라 끊임없이 굴러가는 공장의 생기는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켜 온 CJ의 저력을 가늠케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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