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3월 03일 07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기업평가는 2011년 일명 'KR 정신(KR Spirit)'을 발표했다. 한기평이 추구해야 할 핵심 목표와 핵심 가치, 경영 목표 등을 담은 내용이다. 윤인섭 사장이 취임 후 임직원들과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비전 달성을 위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제시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윤 사장은 2010년 보험사(하나HSBC) 대표이사에서 한기평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KR 정신은 크게 ‘신뢰, 책임, 화합, 탁월'로 요약된다. 이 네 가지 신념을 지켜나가면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동시에 시장의 신뢰를 얻는 신평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 제시였다. 또 새로 정립된 KR 정신을 지켜 나가는 신평사가 되겠다는 각오를 시장에 공표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는 한기평이 신용평가 업계의 긍정적 변화들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신용평가 보고서 내용 구체화, 신용등급 재무 트리거(trigger) 제시, 사업 또는 재무 관련 세부 항목별 평가등급 공개 등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여러 혁신을 해 나갔던 것도 임직원들이 공유한 KR 정신이 바탕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4년이 지난 지금 KR 정신은 많은 상처를 입었다. 금융감독 당국의 검사 이후 드러난 불공정 관행들은 신용평가에 대한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다. 화합과 탁월함이라는 가치들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제시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이해득실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 됐다.
한기평이 앞장 서 추구해 오던 변화들도 중단된 지 오래다. 새로운 변화들을 이끌어 낼 정신적인 동력도 잃은 상태다. 단지 공격적인 신용등급 하향 조정 만으로 그 동안 잃어버린 신뢰들이 한꺼번에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다.
그 전에 신뢰 추락에 대한 책임이 마무리돼야 회복을 위한 시작도 가능해진다. 책임은 책임을 다하는 것과 책임을 지는 것으로 나뉜다. 책임을 다하지 못해 도출된 나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책임의 당연한 귀결이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신평사 임직원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확정했다. 금융위원회의 승인만 거치면 징계 수위는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한기평의 경우 신용평가를 총괄했던 임원은 지난해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다른 임직원들도 인사상 불이익이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모든 책임의 중심에 있어야 할 대표이사의 책임 있는 행동은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 금융 당국의 징계나 대주주인 피치(Fitch)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KR 정신을 회복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한 변화들을 다시 시작해 나가려면 윤사장 부터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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