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3월 19일 08: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토지신탁(한토신) 2대주주 지분 거래를 둘러싼 잡음에 관한 생각이다. 과하다고 한 부분은 대주주 자격 심사권을 가진 금융당국의 태도다.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한토신 2대주주인 아이스텀앤트러스트는 보유 지분을 '프론티어'라는 펀드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한토신도 금융회사로 분류되기에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자격심사를 거치면 거래를 완결 지을 수 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프론티어 펀드의 출자자(LP)에 대해 문제 삼는다. 문제된 LP는 세계적인 대체투자 그룹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KKR은 프론티어펀드의 전체 출자액의 절반이 넘는 자금을 약정했다. 당국은 KKR이 LP일 뿐 펀드 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소명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KKR이 LP로만 머물 수 있냐는 거다. 일견 타당한 추론이다. KKR이라면 글로벌 사모투자 세계에서는 GP(운용회사)의 대명사로 통하는 곳 아니던가. 일부 당국자는 이를 용인하면 외국 펀드가 국내 금융회사를 우회 인수하는 길을 터주는 선례가 된다며 불허 입장이 강경하다.
이런 형국을 간파한 국내 사모투자 운용사들이 비집고 들어간다. 보고펀드와 한화인베스트먼트는 프론티어에 지분 공동 인수를 제안하게 되는데, 난관에 봉착한 프론티어로선 '죽 쒀서 나눠먹는 꼴'이지만 이렇게라도 하면 대주주 자격 시비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받아들인다. 보고-한화 펀드는 '화룡점정'으로 비토권까지 받아낸다. KKR의 운용 관여가 원천 봉쇄됐음을 알리는 당국에 대한 일종의 시그널이다.
당사자들은 이 정도면 될 줄 알았다. 당국이 자격 승인을 안 할 명분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심사 청구서를 넣었지만 차일피일 미뤄질 뿐이다. 이런 탓에 계약 이행의 유효기간은 물론 새로운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일정도 미뤄야 했다. 조만간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에도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못하면 거래는 사실상 무산된다.
일반인의 관점에서 이 상황이 정당한지 의아스럽다.
당국은 심사를 미루는 행위가 지분 인수자의 대주주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분 매각자 입장에서 당국의 스탠스가 바뀌기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을 것이다. 2대주주 지분 거래를 결과적으로 무산시키는 것은 2대주주와 대결 관계에 있는 한토신의 1대주주를 지지하는 것과 '결과적으로' 같다는 사실 역시 수긍해야 한다. 당사자간에 계약을 유지시키고 당국의 자격심사 승인을 더 기다리더라도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는 투쟁을 하기까지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한토신의 현재 1대주주 역시 당국의 대주주 자격 심사를 거친 투자회사 아니던가.
이같은 결과론적 문제들이 현실화된다면 당국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주주들의 문제에 개입해 어느 한쪽의 편을 든 것이나 매한가지기 때문이다.
혹여 지분 인수 펀드들이 한토신 경영권을 장악한 후 탈법적 펀드 운용과 경영을 할까 '미리' 염려하는 것이라면 말리고 싶다. LP의 펀드 운용 개입과 같은 위법행위는 당국이 마땅히 모니터링하고 적발해야 할 몫 아닌가. 정부가 공개적으로 사모펀드 규제 완화 기조를 밝힌 마당에 '규제 편의주의'란 비난을 받을지 모른다.
감이 오지 않는다면 지금 문제된 2대주주가 되려는 펀드들과 당국의 자격심사를 거쳐 한토신의 현재의 1대주주가 된 펀드의 실체를 한번 비교해 보라. 한쪽은 글로벌 넘버원 대체투자그룹 일원인 KKR, 국내 PE업계를 대표하는 보고펀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집단인 한화그룹의 일원인 한화인베스트먼트의 연합체이고, 다른 한쪽은 공공부문 위주의 지역 건설회사를 모체로 둔 MK인베스트먼트란 곳이다. 규율하는 법마다 문구상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심사의 기준은 △ 얼마나 재무적 능력이 있는가(자기자본요건) △ 자본시장에서 문제적 행위를 저지를 위험이 없는 곳인가(사회적 신용요건) 하는 것이다.
당국이 문제적 요소를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선의(善意)여야 하는데, 과하면 자칫 다른 의도가 있는지 의심받는다. 2대주주 지분 거래를 선명하게 반대하는 세 주체인 한토신 1대주주-전주 지역구 정치인-특정 감독당국자가 공교롭게도 지역적 연고가 같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경영권을 두고 1,2대주주간에 대결 형국이 벌어진 금융회사라면, 대주주 자격에 심각한 하자가 없는 한 당국은 중립을 지킬 방도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어느 한쪽이 설사 외국펀드여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룰은 참여자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펀드든 기업이든, 누구든 동일하게 적용받아야 한다. 그것이 시장의 정의에 부합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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