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션 IPO, 정씨 남매 구주매출 초점..공모가 욕심 버렸나 상장 후 주가 하락시 비난 여론 부담...FI 엑시트 포기
이길용 기자공개 2015-06-05 09:35: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04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노션이 제시한 상장 공모가격이 당초 업계 관측보다 낮은 수준으로결정되면서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장 후 주가가 떨어질 경우 구주매출에 나선 총수 일가만 이득을 본 것 아니냐는 여론을 고려한 의사결정으로 풀이된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이 구주매출에 불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지난 2일 이노션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희망 공모가 밴드를 6만 4000~7만 10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 구조는 구주매출과 신주모집이 혼합된 형태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각각 160만 1000주와 140만 주를 내놓는다. 신주는 200만 주가 발행된다.
이노션의 이번 상장은 총수 일가의 구주매출에 초점이 맞춰졌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정성이·정의선 남매는 일부 구주를 팔고 신주 발행으로 지분율을 희석해 상장 후 지분율을 29.99%로 맞췄다.
당초 업계에선 최대 2조 원, 못해도 1조5000억원대의 상장 후 시가총액을 기록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노션이 내놓은 공모가 밴드를 감안하면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 2800억~1조 4200억 원에 불과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노션이 여론을 감안해 무리하게 희망 공모가를 산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씨 남매가 자금 확보를 극대화하기 위해 높은 공모가를 설정할 경우 상장 후 주가 하락시 비난 여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돼 있고 정부도 이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면서 외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노션은 지난 2005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성이·의선 남매가 30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당시 지분율은 정몽구 회장이 20%, 정성이 고문과 정의선 부회장은 각각 40%이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광고 물량을 몰아주면서 이노션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조단위의 기업가치를 지닌 회사로 거듭났다.
FI들은 희망 공모가가 원하는 수준으로 나오지 않아 상장을 통한 엑시트를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FI들이 인수한 이노션 지분은 정의선 부회장 지분 30%와 현대차 정몽구재단 지분 10%다. 모간스탠리PE가 지분 20%를 가지고 있으며 SC은행과 스틱컨소시엄이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지분 40%를 4000억 원에 인수했는데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주당 인수가는 약 5만 5000원으로 추산된다. 희망 공모가 수준에서 기대할 수 있는 FI들의 수익률은 16~29%에 그친다.
이노션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상장은 글로벌 광고사로 발돋움 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으며 공모가는 적정 수준에서 산정했다"며 "FI들은 이노션의 성장성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해 구주매출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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