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러블 양산…소송·여론전 능숙 ['엘리엇' 리포트]②목적 달성 못할 경우 다른 펀드와 연대 가능성도
정호창 기자공개 2015-06-23 08:42:00
[편집자주]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제일모직간 합병안을 반대하고 나서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과연 엘리엇의 궁극적 노림수는 무엇일까. 소수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행동주의 투자가'인가. 아니면 단순 '기업사냥꾼'에 불과할까.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은 엘리엇의 과거 투자사례 및 재계·IB업계·외신 등의 시각을 통해 이같은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슈를 종합적으로 다시 점검해 보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5년 06월 22일 11: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기업에 투자한 뒤 수익을 올리는 과정에서 해당 국가 및 시장 상황에 맞는 다양한 공격법을 선보였다. 사전에 정해진 프로세스와 시나리오를 따르듯 일정한 공격 패턴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이런 공격패턴을 알면 삼성물산과 소송전과 여론전을 벌이고 있는 엘리엇의 다음 공격 수순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
투자은행(IB)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엘리엇이 투자한 전세계 20여 곳의 기업 사례 분석을 통해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발견했다.
IB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엘리엇은 특정 기업에 투자한 뒤 수익을 얻기 위해 △끊임없는 이슈와 트러블 생산 △소송·여론전을 통한 지지 기반 선점 △관련 전문가 고용 △타 펀드와 연대 △위임장 경쟁, 이사회 멤버 교체 요구 등의 공격 전술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끊임없는 이슈와 트러블 생산
엘리엇은 특정 기업의 지분 상당수를 확보한 뒤 이를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지분 추가 취득 등을 통해 관련 뉴스가 계속 생산되도록 유도한다. 국내에서도 삼성물산 지분 보유량이 5%를 넘자마자 자신들의 입장과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엘리엇은 경우에 따라 기업 경영진이나 이사회 구성원들을 직접 음해하는 방법도 서슴지 않는다. 해당 기업의 전·현직 직원 인터뷰를 통해 기업의 약점을 노출시키는 것도 엘리엇이 즐겨 쓰는 이슈·트러블 생산법이다.
◇소송·여론전을 통한 지지 기반 선점
엘리엇은 기업 공격 전 자신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이나 주주들을 규합해 지지 기반을 선점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인다. 지지 기반이 있다고 판단되면 엘리엇은 해당 기업과 경영진에 대한 선전포고 없이 바로 공격을 실시한다.
지지 세력 확보를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법적 소송과 여론전이다. 결과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일으키고, 관련 보도자료 등을 끊임없이 배포해 언론 플레이를 즐긴다. 타깃 기업의 경영진이나 이사회 잘못을 비판하는 웹사이트를 오픈하는 것도 소수주주들을 규합하기 위해 엘리엇이 애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관련 전문가 고용
엘리엇은 타깃 기업이 선정되면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투자 자문사, 업계 전문가, 회계법인, 로펌 등을 고용하는 데 수백 억 원의 자금을 뿌린다. 또 기업의 이사회 후보자가 될 수 있는 인력 풀을 확보하고 관리하기 위해 매년 상당한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 해당 후보자들은 엘리엇과 대규모 인센티브 계약을 맺고 엘리엇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
◇타 펀드와 연대
엘리엇의 타깃 기업 기관 투자자들과의 관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며, 경우에 따라 샌델(Sandell), 알타이 캐피탈(Altai Capital), 릴레이셔널(Relational), 스타보드(Starboard) 등 다른 헤지펀드들과 연대해 해당 기업과 경영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인다.
이러한 연대 전략은 엘리엇을 비롯해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종종 사용하는 방법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3년 소버린이 SK그룹을 공격할 때 헤르메스와 연대한 사례가 있다. 2006년에는 칼 아이칸이 스틸파트너스와 연합해 KT&G를 공격하기도 했다.
◇위임장 경쟁 선호, 이사회 멤버 교체 요구
엘리엇은 여론전 등을 통해 규합한 소수주주 등의 의결권을 넘겨 받아 타깃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위임장 경쟁(Proxy Fight)'을 진행하는 방법을 자주 사용한다. 이는 방어에 나서야 하는 해당 기업 최대주주와 경영진을 꽤 괴롭게 만든다. 경영권 수성을 위해 우호지분의 위임장을 모으는 데 적지않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데다, 반대주주의 연대로 주총 패배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또 해당 기업의 이사회 멤버를 자신들의 주장을 지지하는 인물로 교체하는 것을 주특기로 삼는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공격 대상 기업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현재 삼성물산·제일모직간 합병안에 반대하며 소송전·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단계다. 지지기반을 선점하려는 전략이지만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쉽게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고 여론도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후의 행보는 엘리엇이 보여준 다른 공격패턴으로 볼 때 타펀드와 연대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가처분 소송의 결과가 나오는 7월 초 또 다른 공격 수단을 내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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