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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 전락한 글로벌 기업들 ['엘리엇' 리포트]③맥케슨·BMC소프트웨어·얼라이언스 트러스트·EMC '백기'

정호창 기자공개 2015-06-23 08:44:00

[편집자주]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제일모직간 합병안을 반대하고 나서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과연 엘리엇의 궁극적 노림수는 무엇일까. 소수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행동주의 투자가'인가. 아니면 단순 '기업사냥꾼'에 불과할까.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은 엘리엇의 과거 투자사례 및 재계·IB업계·외신 등의 시각을 통해 이같은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슈를 종합적으로 다시 점검해 보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5년 06월 22일 11: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투자 및 공략 대상은 특정 분야로 한정되지 않는다. 인수합병(M&A) 등 이벤트 발생으로 투자기회가 포착되거나 지배구조가 취약해 허점이 보이는 기업이면 업종이나 국적 등에 상관없이 타깃으로 삼는다.

2010년 이후 엘리엇과 공방전을 벌인 글로벌 기업의 수는 2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타깃 기업을 상대로 각종 언론 플레이와 이슈 메이킹, 소송 남발, 온라인 세력 규합, 위임장 대결 등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했다.

◇맥케슨-셀레시오 M&A 훼방, 단기차익 획득

엘리엇은 지난 2013년 말 미국 의약품 유통업체인 맥케슨(McKesson)이 독일 제약사인 셀레시오(Celesio) 인수에 나서자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 전략을 사용해 단기차익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엘리엇은 셀레시오의 대주주였던 독일 투자사 하니엘(Haniel)이 맥케슨의 주당 23유로 인수 제안에 동의하자, 발빠르게 움직여 셀레시오 주식과 전환사채(CB)를 대거 매입했다. 엘리엇은 이후 "맥케슨이 셀레시오의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했다"고 비판하며 "맥케슨이 셀레시오를 인수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도매 제약사가 탄생하게 되므로 인수가를 더 높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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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맥케슨은 주당 인수가를 23.5유로로 높여 셀레시오를 인수했다. 엘리엇은 3개월 만에 주당 0.5유로의 차익을 얻었고 CB를 통해서도 상당한 프리미엄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BMC소프트웨어, 경영진 압박해 회사 매각 관철

엘리엇은 2012년 5월 BMC소프트웨어 지분 5% 이상을 취득한 후 "기업가치를 높일 모든 전략적 대안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BMC소프트웨어 경영진을 압박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취득한 주식을 인수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라고 주문했다.

BMC소프트웨어 지분율을 9% 중반대까지 높인 엘리엇은 이어 이사회 의석 10자리 중 4석에 대한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펼쳐 결국 2명의 이사회 멤버를 교체하기로 회사 경영진과 합의했다. 하지만 엘리엇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내 회사 매각을 강력히 요구한다.

엘리엇의 압박에 지친 BMC소프트웨어 경영진은 2012년 10월 메릴린치를 자문사로 선정해 회사 매각 작업에 착수했고, 결국 2013년 5월 베인캐피탈과 골든케이트 캐피탈이 연합한 사모펀드(PE)를 인수자로 선정해 69억 달러에 회사를 넘겼다. 엘리엇은 당연히 회사 매각에 찬성했으며 보유지분 매각을 통해 차익을 거두고 BMC소프트웨어에서 손을 뗐다.

◇얼라이언스 트러스트, 내부분열 유도로 이사회 의석 확보

12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신탁회사 얼라이언스 트러스트(Alliance Trust)는 삼성물산을 제외하면 가장 최근 엘리엇의 공격 대상이 된 기업이다.

엘리엇은 얼라이언스 트러스트 지분을 매입한 후 회사 측에 경영 개선과 함께 회사의 이사회 멤버 3명을 자신들이 추천한 인물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가 이를 거부하자 엘리엇은 주주들에게 "얼라이언스 트러스트가 부진한 실적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EO 연봉은 계속 인상되고 있다"는 내용 등을 담은 서한을 보내 주주 및 회사의 내부분열을 유도했다.

지속된 공격에 지친 얼라이언스 트러스트는 결국 최근 2명의 이사회 멤버를 변경하기로 엘리엇과 합의했다.

◇EMC, 기업분할 요구해 이사회 진입

글로벌 IT 솔루션 업체인 미국 EMC도 엘리엇과 분쟁 중이다. 엘리엇은 지난해 7월 EMC 지분 2.2%를 취득한 후 회사 경영진에 자회사인 VM웨어(VMware)의 기업분할이나 매각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EMC는 지난 2004년 가상화 업체인 VM웨어 지분 80%를 인수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해 왔고, 이는 엔터프라이즈 M&A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례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엘리엇은 "VM웨어 등을 자회사로 둔 지배구조는 무능한 경영진이 만든 구조로 EMC의 기업가치를 오히려 심하게 훼손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EMC 이사회를 압박했다.

EMC 경영진은 엘리엇의 주장과 요구에 명백한 반대 의사를 밝히며 대립했으나, 결국 올 1월 기업분할이나 매각 대신 엘리엇이 추천하는 이사회 멤버 2명을 추가해 이사회 의석을 총 13석으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주니퍼 네트웍스, 자사주 매입 이어 CEO 교체까지

엘리엇은 2014년 1월 글로벌 네트워크 업체인 주니퍼 네트웍스(Juniper Networks)의 주식 매입에 나서 9% 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뒤 실력 행사에 나섰다.

결국 주니퍼는 엘리엇이 지분을 매입한 지 한 달 만에 30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엘리엇이 추천한 2명의 이사를 이사회에 합류시키기로 타협했다.

하지만 주니퍼의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4년 4월에는 1억 6000만 달러의 비용 절감 및 인력 감축안을 내놓아야 했고, 7월에는 모바일 보안 사업부를 매각해야 했다. 11월에는 CEO가 취임 1년 만에 사임하는 등 엘리엇 투자 이후 회사 안팎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컴퓨웨어, 타 헤지펀드와 연대해 회사 매각

엘리엇은 컴퓨웨어(Compuware) 지분 8.7%를 취득한 뒤 2012년 11월 23억 5000만 달러(약 2조 6000억 원)에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최대주주 및 경영진이 이를 거절하자 유사한 성향의 헤지펀드인 샌델(Sandell), 스타보드(Starboard) 등과 연대해 회사를 끊임없이 압박했다.

컴퓨웨어는 결국 2014년 2월 이사회 의석 두 자리를 엘리엇에 내주는 대신 경영권 분쟁에 대한 휴지기를 갖기로 합의했으나, 엘리엇은 그해 9월 사모펀드(PE) 운용사인 토마 브라보((Thoma Bravo)가 컴퓨웨어를 인수하는데 협력하겠단 입장을 발표한다.

결국 컴퓨웨어는 토마 브라보에 25억 달러(약 2조 7700억 원)에 매각됐고 엘리엇과 헤지펀드들은 지분을 처분하고 수익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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