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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만이 목적…물불 안가리는 행보 ['엘리엇' 리포트]④석면 피해보상금, 최빈국 국제지원금도 먹이감…이익 위해선 무차별 공격

정호창 기자공개 2015-06-23 08:46:00

[편집자주]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제일모직간 합병안을 반대하고 나서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과연 엘리엇의 궁극적 노림수는 무엇일까. 소수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행동주의 투자가'인가. 아니면 단순 '기업사냥꾼'에 불과할까.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은 엘리엇의 과거 투자사례 및 재계·IB업계·외신 등의 시각을 통해 이같은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슈를 종합적으로 다시 점검해 보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5년 06월 22일 11: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스스로를 '주주가치 증대와 도덕적인 기업지배구조라는 바탕에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자'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각에서 '벌처(Vulture)펀드'라고 손가락질을 받는 이유는 이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이익 창출이 예상되는 곳이라면 업종과 국적 불문하고 투자에 나서며 경우에 따라 비윤리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들이 챙겨가는 이익의 재원이 무엇인지, 투자기업이나 임직원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등의 문제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엘리엇이 이익을 챙기고 도덕성 문제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투자 사례는 △석면 피해 노동자들의 보상금을 털어 이익을 챙긴 오웬스코닝 투자 △아프리카 빈국의 인도적 국제지원금을 노린 콩고 국채 투자 △페루 국채 투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자기업 직원들의 대량 해고를 유발한 넷앱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오웬스코닝, 석면 피해자 보상액 줄이고 이익 챙겨

2005년 미국 석면회사 오웬스코닝(Owens Corning)은 직원 일부가 석면 흡입으로 사망하면서 막대한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게 돼 파산 위기에 몰렸다. 엘리엇은 부도 처리된 오웬시코닝을 헐값에 인수한 뒤 로비스트와 로펌 변호사들을 대거 동원해 석면증에 걸린 직원들이 보상금을 타내려 꾀병을 부린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 결과 엘리엇은 직원들의 보상금을 대폭 깎는데 성공했고 오웬스코닝의 기업가치는 급상승했다. 엘리엇은 이후 회사를 매각해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을 10년 가까이 추적 보도해 온 미국의 유명 탐사전문 기자 그레그 팰러스트(Greg Palast)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설립자 폴 싱어는 희생자가 사망한 뒤 잔치를 벌였다"며 오웬스코닝 투자 건을 비판했다.

◇콩고 국채 투자, 기아 지원 국제지원금 털어

엘리엇은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콩고 국채를 2011년 2000만 달러(약 220억 원)에 사들인 뒤 이자를 포함한 보상을 콩고 정부에 요구했다.

콩고 정부가 이를 거부하자 엘리엇은 4억 달러(약 4400억 원) 규모의 콩고 국유자산을 담보로 잡아 결국 9000만 달러(약 1000억 원)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엘리엇이 콩고 정부로부터 뜯어낸 자금의 재원은 기아(飢餓)나 용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빈곤국에 원조해주는 국제지원금이었다.

이에 대해 국제적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콩고 어린이들의 빵을 갈취했다"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엘리엇은 개의치 않고 투자금을 회수했다.

◇페루 국채 투자

2000년 엘리엇은 경제난에 처한 페루 국채 2070만 달러(약 230억 원) 어치를 1140만 달러(약 126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던 브래디는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중남미 국가와 협상해 외채 문제 해결을 위한 '브래디플랜(Brady Plan)'을 내놨고, 페루는 채권액의 상당 부분을 탕감받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엘리엇은 페루 정부가 채권 원금에 이자를 포함해 5800만 달러(약 640억 원)를 지급하지 않으면 브래디플랜이 집행되지 못하도록 소송을 제기해 뉴욕 법원에서 승소했다.

당시 엘리엇의 페루 국채 매입은 '보상을 위한 소송 목적으로 물건을 살 수 없다'는 미국 '챔퍼티(Champerty) 법'에 저촉된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엘리엇은 경제위기와 정치 불안으로 해외에 피신했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전용 비행기를 담보로 잡아 결국 투자원금의 5배에 달하는 5800만 달러 전액을 받아냈다.

◇넷앱, 직원 대량 해고 유발

미국 스토리지 전문기업인 넷앱(Netapp)은 포춘지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13년 연속 이름을 올렸던 유명회사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엘리엇이 지분 5%를 사들인 후 넷앱은 3년 연속 직원을 대량 해고하는 기업으로 전락했다. 엘리엇이 주가 상승을 위한 비용 절감과 신규 이사진 선임, 현금 배당 등을 요구하며 회사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넷앱은 엘리엇의 압박에 못 이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의 규모를 16억 달러(약 1조 7700억 원)에서 30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로 높이고, 2013년 전세계 임직원 900명을 감원했다. 지난해에는 임직원 수 5%에 해당하는 600명을 해고했으며, 올해 7월까지 추가로 500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엘리엇이 단기 수익 외에는 투자기업의 미래나 비전, '고용 확대'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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