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왜 하나금융의 손을 들어줬나 기업합병 관련 경영권 존중…금리인하 등 4개월 새 업황 악화 두드러져
한희연 기자공개 2015-06-30 09:19:06
이 기사는 2015년 06월 29일 16: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기통합 추진과 관련,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동조합간 분위기가 연초부터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법원의 하나-외환은행 합병 관련 가처분결정 취소로 이번에는 하나금융 쪽의 기세가 올라갔다. 법원이 기존 가처분결정을 취소한 것은 '경영권' 범위에 대한 해석 차이와 업황의 급격한 변경이 큰 이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6일 하나-외환은행 합병 금지 가처분 이의신청에 대해 △가처분 원결정 취소 및 노조측 가처분신청 모두 기각 △지금부터 양행간 합병 추진 가능 등의 결정을 내렸다. 법원이 기존에 내렸던 가처분 결정을 취소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사실 지난 2월 가처분결정 이후 3월 이의신청을 한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이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데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다고 알려졌다.
외환 노조는 이번 결정에 대해 "가처분결정을 내린 똑같은 재판부에 제기하도록 되어 있는 가처분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일은 매우 드물다는 점, 가처분결정이 내려진 이후 가처분의 요건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에 관하여 달리 판단할 특별한 사정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가처분취소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재판부는 금리인하 외 사정변경의 구체적 사유를 적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법원 "합병여부 결정, 경영권의 중요부분"…"2월과 6월, 금리 인하 등 업황 악화 뚜렷"
법원은 기존에 내렸던 가처분결정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을 따져야 하는데, 현재시점에서 상황을 미뤄볼 때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가장 먼저 고려된 것이 '경영권'에 대한 해석차이다. 법원은 경영권은 헌법에 의해 보장되며, 기업의 합병 여부에 대한 결정은 경영권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2.17 합의서에서도 합병의 대 원칙에 관해서는 미리 정하고 있기 때문에 합병 자체에 대한 전제는 양측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여겼다. 따라서 5년 동안 합병을 위한 논의나 준비 작업까지 금지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미 기존 합의서 작성일인 2012년부터 3년 4개월 이상 기간이 경과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일반적인 합병절차를 감안하면 현 시점에 합병에 대한 논의와 준비작업이 진행되더라도 실질적인 합병 완성은 5년이 지난 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영업환경도 4개월 새 급격히 악화됐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영업환경 악화는 하나금융이 조기합병의 근거로 내세웠던 논리 중 하나다. 법원은 계약 체결 당시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됐고, 이는 계약의 구속력 제한을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가 생겼다고 판단했다.
이전의 가처분결정도 조기합병 자체가 불합리한 경영판단이라거나, 양 은행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난 2월 가처분결정일 당시에는 업황 상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1.5%로 낮아져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현저히 낮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는 등 금융환경의 변화로 환경이 더 악화됐다는 판단이다.
기존 가처분 결정 이후 외환 노조가 별도의 가처분신청을 하지 않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게다가 법원은 하나금융은 합병과정에서 외환은행 근로자들의 지위, 근무조건, 복리후생 등 외환은행 노조측의 중요한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상당한 배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인수합병은 본질적으로 경영권과 관련된 것으로 경영진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법원이 해석한 것 같다"며 "최근 금융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점도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하나금융, "법원의견 존중"…외환 노조 "즉시항고·본인소송 제기 여부 고심할 것"
법원의 결정에 대해 하나금융은 이를 존중한다는 의견을 밝힌 반면 외환 노조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외환 노조는 "법원은 가처분 요건 중 두 번째인 '보전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내려진 것일 뿐 첫 번째 요건인 '피보전권리(2.17 합의서의 법적효력)'은 여전히 인정하고 있다"며 "가처분취소결정에도 불구하고 2.17 합의서는 효력이 있고 합병이 완료되는 시점은 5년 이후인 2017년 2월 이후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 노조는 "이번 가처분취소결정을 확대해석해 조기합병을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조합은 제반 사정을 심사숙고한 후 즉시항고의 제기 여부와 본안소송의 제기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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