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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외국인·소액주주, 왜 엘리엇을 외면했나 합병무산 후 주주가치 제고방안 미흡… '먹튀' 이미지도 영향

정호창 기자공개 2015-07-22 08:20: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21일 15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당초 예상과 달리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지 못한 이유는 뭘까.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주들의 '현재 손해'만 강조하고, '미래 이익'을 어떻게 안겨줄 지에 대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점을 최대 패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17일 열린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완패했다. 줄곧 반대의사를 밝혀왔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건 승인을 막지 못한데다 자신들이 주주제안을 통해 상정한 두 건의 정관변경안을 통과시키는 데에도 실패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건 통과를 저지하지 못한 것은 지지를 예상했던 외국인과 소액주주 상당수가 기대와 달리 합병 찬성에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본인들의 뜻에 동조할 것이라 굳게 믿었던 외국인 주주 중 3분의 1 가량이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의 편을 들었고, 주총에 참석한 소액주주 대부분도 엘리엇에 등을 돌렸다.

관련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이들의 표심을 얻지 못한 이유를 '비전 부재'에서 찾고 있다. 합병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만 주력하고 합병 무산 후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나 방안 등을 제시하는 데 소홀해 주주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엘리엇은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결정돼 합병이 성사되면 7조 8500억 원에 달하는 삼성물산 자산이 아무런 대가 없이 제일모직 주주들에게 이전되므로 합병에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 했을 뿐, 합병을 무산시키고 난 뒤 삼성물산 주주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고 주주들에게 어떤 실익이 돌아가는지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의 투자목적은 '이익'을 얻는 것인데 엘리엇은 합병에 따른 '손해'만 강조하고, 주주들이 어떤 보상을 얻게 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주주들 입장에선 '재산을 지키라'는 엘리엇의 공허한 외침보다는 합병 무산 후 삼성물산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더 피부에 와 닿았을 것"이라고 패인을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엘리엇 내부적으론 합병을 무산시킨 후 삼성그룹을 어떻게 공격해 수익을 얻어낼 지에 대한 전략이 세워져 있었을테지만 자신들의 계획을 미리 노출할 순 없었을 것"이라며 "주주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익만 노리는 헤지펀드로서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엘리엇의 과거 투자행적 탓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투기자본', '먹튀' 이미지도 패배를 불러온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엘리엇은 스스로를 '주주가치 증대와 도덕적 기업지배구조 실현을 추구하는 주주이익 대변자'로 포장했지만 주주들의 인식을 바꾸지는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 국민들에게 있어 해외 헤지펀드는 론스타, 소버린 등으로 인해 '먹튀 자본'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며 "엘리엇에 대한 이런 반감이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다수의 소액주주들이 의사발언을 통해 "합병비율이 아쉽지만 엘리엇과 같은 외국 투기자본에 국부가 유출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며 "개인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 합병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과 같이 철저히 수익성 관점에서 행동하는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주주들이 자신의 이익 외에 다른 것을 고려해 손해를 감수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정서와 국민성 등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부족했던 점 역시 엘리엇의 패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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