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0월 02일 07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을 보면 전교 1등 학생의 딜레마가 떠오른다. 전교 1등. 하기도 어렵지만 지키는 건 더 어렵다. 최근 한미약품의 위기는 전교 1등 학생이 공부를 게을리했다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기대감에 부담을 느끼고 주춤하는 모습이다.한미약품은 올해 숨가쁘게 달려왔다. 국내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을 연달아 체결했다. 총 계약금액만 15억 달러에 달했다. 동종업계에서도 놀랐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상반기에만 10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R&D투자에 쏟아 부으며 후속 신약 개발에 속도를 높였다. 짧은 시간 동안 대규모 기술수출과 투자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 역대 최대 규모의 법인세 납부, 미공개 정보 유출 의혹 등의 악재가 터지면서 한미약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속절없이 무너지는 주가는 불안감을 고스란히 대변했다. 한때 60만 원을 돌파했던 주가는 하염없이 떨어져 30만 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미약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냉랭해졌다. '제약·바이오 대장주'인 한미약품 체면이 완전히 구겨진 셈이다.
덩달아 한미약품도 잔뜩 위축됐다. 임직원들에게 입단속을 당부할 정도다. 자칫 부적절한 언사로 구설수에 오르면 기업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미약품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한미약품에 대한 궁금증이 여전히 많다. 다음 기술수출 계약은 언제인지, 어떤 신약을 들고 나올지, 회사 안팎으로 높아진 실적 위기와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소할지 등 물음표는 산더미다. 하지만 한미약품의 대응은 방어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일거수 일투족에 시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말 한마디로 괜한 오해와 기대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고 전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최고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지닌 제약사임은 분명하다. 향후 대규모 기술수출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금 당장의 부담과 우려가 있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기업인 만큼 몸을 움츠릴 필요가 없다.
물론 속앓이를 하는 한미약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담감에서 벗어나야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시장의 기대감과 우려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뚝심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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