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0월 06일 0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는 스마트폰이 휴대폰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기 전인 피처폰 시절만 하더라도 노키아,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빅3'에 오를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자랑하던 이 분야 강자였다. 하지만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된 후 시장 지위가 급격히 추락했다.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에 늦은 탓이다. 애플에 의해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 개화한 뒤 삼성전자가 급하게 추격에 나서던 시기에도 LG전자는 느긋했다. 피처폰 시대가 그렇게 빨리 저물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도 반년 정도 늦게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나섰다.
당시 LG전자 임직원들은 애플이나 삼성전자보다 조금 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빠른 추격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적어도 휴대폰 제조 기술력에서는 세계 어떤 업체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그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당시의 판단은 결정적인 오판이 됐다. 스마트폰 보급 속도는 전자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그만큼 선점효과도 크게 나타났다. LG전자가 주춤한 사이 소비자들의 뇌리에는 '애플과 삼성전자, 그리고 기타 업체'라는 경쟁구도가 확고히 자리 잡았고, LG전자는 '기타 업체'의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다.
뒤늦게 추격에 박차를 가한 LG전자는 프리미엄 모델을 잇따라 내놓으며 반전을 모색했지만 이미 굳어진 시장 구도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LG전자는 자신들의 시장 지위를 애플, 삼성전자와 동일선상에 놓고 역전을 노렸으나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그들의 제품을 '아이폰', '갤럭시'와 비슷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LG전자 내부에 깊게 뿌리내린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첫 단추에 이어 두 번째 단추도 잘못 끼워졌다고 지적한다. '일시적으로 애플과 삼성전자에 뒤졌지만 언제든 기회가 오면 한 방에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는 인식이 현실에 대한 눈을 어둡게 해 잘못된 전략을 선택하게 만들었단 분석이다.
다행인 점은 지난해 말 LG전자 MC사업부 수장에 임명된 조준호 사장이 이런 인식의 틀을 깨기 위해 나섰다는 점이다. 피처폰 시절 LG전자의 영광을 이끌었던 주역 중 한명인 그는 '영업통' 답게 냉철한 현실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조 사장은 최근 LG전자의 새 전략 스마트폰 기종인 'V10' 출시를 발표하며 "수익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시장에서 의미 있는 지위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의 발언 속에 '더 이상 시장 리더 지위를 고집하지 않고 도전자 내지 추격자로서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나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일단 작은 전투들을 이겨 주요 거점을 확보해야 한다. 애플에 뒤졌던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업체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단일 제품을 고집한 애플과 달리 다양한 사양과 가격대의 라인업으로 소비자 공략 루트를 확대해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를 높인 결과라는 게 전자업계의 정설이다.
이는 현재 시장 3위 자리를 노려야 하는 LG전자에게도 유효한 전략으로 꼽힌다. 단기적으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더라도 여러 국지전에서 승리해 인지도를 끌어올려야만 뒤처진 시장 지위 회복이 가능하단 분석이다.
다행히 새 선장의 등장으로 반전의 기틀은 마련됐다. 조 사장이 LG그룹 최고 경영진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먼 길을 돌아온 LG전자가 제 항로를 찾게될 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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