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1월 19일 09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이라는 '엄친아' 때문에 너무 힘들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로 대박 터뜨릴 때 너희들은 뭘 했냐는 식으로 비교한다. 하물며 경영진도 핀잔을 주고 있다. 차라리 실적이라도 나쁘면 그냥 시원하게 욕 한번 먹고 끝날 것을 '엄친아'의 존재 때문에 요즘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제약사 임원과 식사도중 나눈 대화 내용이다. 농담 삼아 나온 얘기지만, 말끝에서는 씁쓸함이 가시지 않았다. 다른 임원들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한미약품 덕분에 제약산업 전체가 들떠 있지만, 회사 내부 분위기는 냉랭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몇몇 상위제약사들은 R&D인력 물갈이에 나설 정도다. 이렇다 할 신약물질을 개발하지 못했냐는 이유에서다. 어떤 중견 제약사는 신약물질 및 특허권과 관련해 사소한 것이라도 공시하라며 IR팀을 옥죄고 있다는 후문이다.
유감인 것은 한미약품의 성공을 바라보는 제약사 오너들과 경영진의 시선이 결과에만 쏠려 있다는 점이다. 최고 의사결정자인 자신들이 단기적인 성과에만 치중한 채 R&D투자와 신약개발에 소홀했던 과거를 잃어버리고 애꿎은 직원들만 타박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올해 3분기 기준 상위 30개 제약사 중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중이 10%를 넘는 곳은 7개에 불과하다. 20% 이상을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되는 수치다. 반면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떼다 파는 도입품목 매출 비중은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사업 다각화라는 명목으로 화장품 및 건강식품사업 등으로 눈길을 돌린 지 오래다.
물론 엇박자를 내고 있는 정부정책과 도입품목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환경 탓에 속앓이 하는 제약사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많아야 한 해 매출 5000억 원을 올리고 매출액 대비 7~8%도 투자하기 힘든 처지에서 신약 개발은 이뤄내기 힘든 과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약은 호흡이 긴 산업이다. 단순 제조업처럼 제품을 뚝딱 만들어 성과를 낼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한미약품이 기술이전한 신약물질도 10년 이상 공을 들린 결과물이다. 그만큼 신약은 인내의 시간이 지나가야 성과가 나오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를 참지 못하고 외부 환경만 탓한 채 한미약품과 같은 결과만 바라는 오너와 경영진 모습이 그리 달갑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어찌됐건 제약사들이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수출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인식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다만 조급함과 업계 분위기에 편승한 일회성 투자에 그치지 않고, R&D 신약 개발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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