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2월 04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격적인 상장기업 유치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려던 한국거래소(KRX)의 계획이 자충수가 됐다. 공모주 시장이 좋을 때 과실을 나누던 증권사 투자은행(IB), 벤처캐피탈(VC) 마저도 멈춰야 할때 멈추지 못한 거래소의 무리한 행보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거래소는 올해 초 170개(유가증권시장 20곳, 코스닥시장 100곳, 코넥스시장 50곳)의 상장기업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유치팀과 심사팀 실무진은 제한된 인력으로 주말 출근까지 불사하며 실적 채우기에 매달렸다. 상반기 성과에 고무된 최경수 이사장은 한때 목표치를 220개까지 늘려잡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목표달성에 급급해진 거래소는 심사기간을 대폭 단축시켜주는 등 각종 무리수를 동원하기 시작했다. 우량 기업의 빠른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상장 간소화 절차(패스트트랙)' 조항은 제쳐두고 자의적 판단으로 우량 기업을 선택해 연내 상장을 부추겼다.
거래소의 이 같은 행보는 기업공개(IPO) 공모주 시장이 악화되기 시작한 9월 이후에 더욱 가속화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심사기간이 20 영업일 안팎으로 줄어든 기업들이 대폭 늘었다. 연내 상장의 마지막 시기인 10월 들어서도 초스피드 심사통과는 계속됐다.
결국 상장 간편화란 명분을 앞세운 거래소의 유인책은 공모주 시장 침체의 역풍을 맞았다. 11월에만 6곳(코스피 2곳, 코스닥시장 4곳)의 기업들이 무더기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대기중인 수요예측 기업들이 아직도 20곳을 넘어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회 사례가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뒤늦게나마 공모주 상황을 파악한 것인지, 연내 상장 예정기업이 더 없어서 인지, 거래소는 최근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한참이나 지난 뒷북이니 발행사나 IB업계의 원성을 들어도 딱히 할 말은 없게 됐다. 그나마 늦게라도 속도 조절에 나선 걸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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