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2월 18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하 농금원)이 운용하는 '농수산식품모태펀드(MIFAFF Fund of Funds ; 이하 농식품모태펀드)'는 지난 2010년 출범 직후부터 지금까지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태펀드를 운용한 한국벤처투자와 업무 중복이 발생한다고 인식됐기 때문이다.올해도 기획재정부는 농식품모태펀드를 한국벤처투자로 이관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금원과 한국벤처투자의 객관적인 펀드운용능력을 평가해 농식품모태펀드를 맡긴다는 방침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사태를 관망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의 결정이 기분 나쁘지 않은 분위기다. 문화체육관광부, 특허청 등 다른 정부부처의 자금을 운용한 경험이 많아 외부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농금원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어업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으면 펀드 운용을 통한 정책목적 달성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실 농금원은 지난 6년 동안 벤처캐피탈업계의 무관심을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한국벤처투자가 진행하는 출자사업에 신청했다가 탈락한 벤처캐피탈들이 위탁운용사로 지원하기 일쑤였다. 펀드 자금을 지원하는 '갑'의 위치였지만 '을'과 같이 행동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운용사를 모셔오기 위해 투자의 제약을 파격적으로 풀어준 것이다.
내년에도 농금원은 운용사가 부담해야 하는 우선손실충당금과 의무 출자비율을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투자자산 환수를 수월하게 해주기 위한 세컨더리 펀드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다행히 이런 노력은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정책자금 3527억 원을 출자해 민간자금 2973억 원을 이끌어 냈다. 자펀드도 42개로 늘어 총 3292억 원이 관련 분야에 투자됐다. 회수실적도 나쁘지 않아 투자금의 40.5%인 1329억 원이 회수됐다. 투자수익률(ROI기준)도 96.9%로 높은 편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출자금의 60% 이상을 농식품경영체에 의무 투자하고 있지만 1차 농어업 기업 보다는 2차 가공 농식품 기업으로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수익을 기록하고 있는 투자기업들은 오히려 바이오 업종에 가까운 편이다. 앞으로 회수할 기업들의 수익도 지금보다는 적을 수 있다.
농금원 스스로도 자조합이 가진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책목적과 수익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해 온 농금원이 한계를 극복하고 농식품모태펀드의 결실을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농금원이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뺏는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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