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제네시스 연착륙 '올인' [2016 승부수]정몽구 회장, 전사적 노력 주문…최고전문가 대거 영입
박창현 기자공개 2016-01-05 08:25:31
이 기사는 2016년 01월 04일 15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세계시장에 조기 안착시키고,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전사적 노력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차로 육성할 계획이다."1월 4일,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옥 대강당.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단호한 어조로 경영 방침을 전달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는 다시 한번 도전을 택했다.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 독립 론칭이 그것이다.
정 회장은 '모든 것은 건 승부가 아니면 생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함과 간절함을 주문했다. 방향은 정해졌다. 이제 있는 힘껏 뛰는 일만 남았다. 50년 현대차 역사에 또 다른 변곡점이 될 도전이 시작됐다.
현대차는 지난 11월 4일, 세계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했다. 50년 현대차 역사에서 독립 브랜드를 출범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은 정몽구 회장이 시무식에서 주문한 경영 방침인 '산업 혁신 선도 미래 경쟁력 확보'와 정확히 궤를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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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중차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한정된 수요를 두고 수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고급차 시장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시장 성장 속도가 대중차를 크게 앞서고 있다. 최근 5년 간 대중차 시장 증가율은 6%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반해 고급차는 시장 증가율이 10.5%에 달한다.
수익성 역시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주요 완성차 그룹 가운데 고급차 기반 메이커(BMW·다임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8.8%로 나타났다. 대중차와 고급차를 함께 팔고 있는 비교군의 경우, 영업이익률은 4%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것이 고급차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다.
현대차도 고급 차종을 개발하고 판매해오고 있다. 하지만 별도 브랜드를 론칭하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그 결정까지 무려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현대차는 2004년 1세대 제네시스 개발에 착수했고 2008년 시장에 출시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제품 경쟁력을 개선시키면서 후속 모델을 내놨다. 당시 내부에서 별도 브랜드 론칭 논의가 있었지만 시장 상황과 내부 충족 기준 등을 감안해 시기를 조절해왔다.
드디어 지난해 승부수를 던졌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이 같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IQS)와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 안전 시험 등에서의 우수한 성적이 이를 입증해준다. 현대차는 IQS에서 2014년과 2015년 연속으로 전체 순위에서 선두권에 올랐다. 또 2014년 IIHS 스몰 오버랩 충돌테스트에서 승용차 최초로 전 항목 만점을 받기도 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낙점되면서 전사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2011년부터 고급차종 기술 개발을 위해 집중적인 투자가 단행됐다. 실제 2011년부터 4년간 집행된 연구소 시설장비 투자액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1년간 이뤄진 투자금액을 넘어섰다. 연평균 투자금액은 2010년을 전후로 3배 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남양 연구소에 전자개발동과 파워트레인환경선행연구동, 재료개발동, R&H성능개발동, 주행성능시험동 등이 새롭게 들어섰고, 의왕 중앙연구소에 선행 기술 관련 연구동이 증설됐다.
동시에 글로벌 주요 자동차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자동차용 강판을 자체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기초 소재 단계부터 차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수직 계열화 체제를 구축했다.
기술력 뿐만 아니라 고급차 시장 성패를 가르는 절대 요소은 디자인과 브랜드 구축 부문에도 힘을 싣고 있다. 업계는 현대차의 기술력을 인정하면서도 고급차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 역량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고급차 시장은 유럽차 브랜드들이 수 십년 간 맹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다, 고객 충성심도 높다.
현대차는 단기간 내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위해 외부 인사 영입에 팔을 걷어 부쳤다. 그 결과,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드림팀이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디자인 영역에서는 벤틀리 전 수석 디자이너 출신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Luc Donkerwolke)를 영입해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에 임명했다. 루크 동커볼케는 향후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과 함께 제네시스 브랜드를 위한 디자인 개발을 책임지게 된다. 바야흐로 제네시스 브랜드는 '피터 슈라이어-루크 동커볼케-프리스티지 디자인실'로 이어지는 막강 디자인 개발 진용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취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브랜드 구축 부문에서도 외부 수혈이 이뤄졌다.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 임원 출신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Manfred Fitzgerald) 전무가 그 주인공이다.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는 마케팅전략과 이벤트, 광고, 글로벌 딜러망 발굴 등을 주도하며 람보르기니 브랜드 성장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향후 제네시스전략 담당자로서 브랜드 가치 제고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게 된다.
현대차는 지난해에도 고성능차 개발을 위해 BMW 출신의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기술·디자인·브랜드 등 핵심 분야에서 해외 최고 전문가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약점을 보완한 셈이다. 정몽구 회장의 주문처럼 향후에도 제네시스 연착륙을 위한 다양한 시너지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오는 2020년까지 총 6종의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 초대형 세단(EQ900,해외명 G90)과 대형 세단(G80) 모델 외에 △중형 럭셔리 세단 △대형 럭셔리 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럭셔리 SUV를 개발 중이다.
중형 럭셔리 세단의 경우, 후륜 구동 기반의 플랫폼을 적용하며 오는 2017년 하반기에 출시한다. 이어 오는 2020년까지 대형 럭셔리 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럭셔리 SUV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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