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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의 세번째 카드는? [thebell desk]

김용관 AM팀장공개 2016-01-19 10:03:06

이 기사는 2016년 01월 15일 07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3년 10월. 서명석 동양증권 부사장은 절망적이었다. '동양 사태' 이후 고객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영업 활동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유동성 위기로 촉발된 동양그룹 사태는 동양증권이 50년간 쌓아온 모든 것을 5개월만에 앗아갔다.

대만의 유안타그룹이 조심스럽게 인수 의사를 드러냈다. 86년 공채 1기로 입사한 서 부사장에겐 동양증권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회사는 공중 분해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진석 사장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룹 오너가 구속된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서 부사장은 결단을 내렸다. "무조건 대만으로 가야 한다." 동양 사태 이후 노조가 발족한 TF(Task Force) 팀장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동양증권 임직원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서 부사장은 그날 저녁 동양증권 기획실 직원 서너명을 명동 로얄호텔로 비밀리에 호출했다. 정 사장을 비롯한 회사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이들은 열흘간 밤낮없이 대만 유안타에게 보여줄 프레젠테이션(PT) 자료를 만들었다.

10월31일, 서 부사장은 홀로 인천공항을 통해 대만으로 출국했다. 손에 든 PT 자료가 수천명의 임직원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었다. 서 부사장은 대만으로 떠나기 직전 예상되는 모든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을 영어로 만들어 통째로 외워버렸다.

그만큼 절박했다. 다음날 서 부사장은 귀국했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리서치에서 쌓은 그의 내공은 대만 유안타 경영진을 흔들어놓기 충분했다. 결국 유안타는 동양증권을 인수했다.

# 2014년 10월1일, 유안타증권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충성스런 고객들이 맡긴 수조원의 돈, 탁월한 능력을 지닌 임직원, 모두 회사를 떠나고 없었다. 지점 영업사원들은 하늘만 바라보고 있고, 본사 법인영업이나 IB는 거래가 완전히 끊겼다.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1500억원에 달했다.

새로운 증권사의 대표로 취임한 서 사장은 돌파구가 필요했다. 때마침 중국 증시가 외국인에게 열린다는 소식이 들렸다. 서 사장은 유안타그룹의 범 중화권 네트워크를 떠올렸다. 유안타그룹의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그해 11월17일 후강퉁 시장 개장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이 채 안됐다. 한 두 달 만에 후강퉁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서 사장은 또한번 결단을 내린다. "후강퉁으로 가자." 서 사장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직접 팀장이 된다. TF팀의 명칭은 'We Know China!' 관련 부서에서 차출된 인원은 20여명.

매일 밤을 새며 작업을 밀어 부쳤다. 한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튀어나왔다. 팀원들의 불만이 없을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서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못하겠으면 옷을 벗어라." 당시 TF에 소속됐던 한 직원은 "추진력이 엄청났다. 그렇게 독한 모습은 처음 봤다"고 했다.

후강퉁 시장이 개장하면서 유안타증권은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된다. 관련 서비스를 오랫동안 준비한 경쟁 증권사를 압도하며 삼성증권과 함께 2강 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후강퉁 서비스는 유안타증권을 대표하는 새로운 아이콘이 됐다.

# 유안타증권의 목표는 명확하다. 중화권 투자 전문 증권사를 넘어 아시아 투자 전문 증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것. 서 사장은 창립 1주년 기념식에서 "장기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자본시장에는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이 연초부터 무너지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요동치는 중국 주식시장이 전 세계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첫 개장일부터 폭락하면서 거래가 완전히 중단되더니 불과 사흘 만에 똑같은 상황을 반복했다. 상하이 증시는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만에 3000선이 무너지는 등 연초 이후 15% 급락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선 유안타증권은 3분기까지 400억원 정도를 벌었다. 유안타로 옷을 갈아입은지 2년째,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야하는 유안타증권에게 새로운 위기가 닥친 셈이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서명석 사장이 내놓을 세번째 반전 카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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