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없는 ISA 신탁형, '보수' 적절성 논란 [ISA 진단] '자문·관리 서비스 없이 보수만 챙겨' 비판론 제기
최은진 기자공개 2016-03-21 10:30:0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16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와 함께 전 금융권이 치열한 유치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신탁형 ISA의 보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임형 ISA는 모델포트폴리오(MP) 및 리밸런싱 등 자산관리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신탁형 ISA의 경우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운용지시에 개입하지 않는데도 신탁보수를 고객에게 부과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직접 관리하는 신탁형, 금융사 보수 무의미
신탁은 고객이 투자자산 등을 특정하면 금융회사가 그에 맞게 운용 및 처분해 주는, 일종의 금융회사와 고객 간의 법률적인 계약관계다. 따라서 신탁형 ISA는 일임형 ISA와 다르게 고객이 직접 운용지시를 내리고 관리해야 한다.
물론 고객이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 금융회사가 일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일임형 ISA와 같이 MP를 제시하는 등의 적극적인 자문 서비스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리밸런싱과 같은 관리 또한 할 수 없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고객이 ISA 계좌에 편입하고자 하는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신탁 보수를 챙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신탁보수란 금융회사가 신탁업무 수행에 대한 대가로 신탁재산에서 지불되는 보수를 의미한다. 이는 금융상품에 부과되는 수수료와는 별개로 부과된다. 신탁보수는 특정한 가이드라인이나 규율 체계 등이 없어 금융회사 자율로 결정된다.
일각에서는 신탁형 ISA의 경우 적극적인 자문서비스가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에게 보수를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 신탁보수는 금융상품 수수료 외 별도로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세제혜택 계좌로 인해 금융회사에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더욱이 자산관리나 자문 서비스, 리밸런싱 등의 관리 하나 없이 부과되는 것이니 만큼 ISA를 통해 금융회사만 배불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아직 금융회사에서 제공하는 통합자산관리 서비스나 PB서비스에도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금융계좌인 ISA에 금융상품 수수료 외 보수를 추가하는 것은 우리나라 금융환경 상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자문서비스 등을 보편화 시키는 첫 단계로 ISA를 손꼽고 있지만 금융회사의 자산관리 역량 검증도 되지 않은 채 섣부르게 시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적극적인 자산관리나 자문서비스가 없더라도 신탁형 ISA를 관리하는데 투입되는 시스템이나 인프라 등에서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신탁보수를 추가로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ISA가 전체 국민들의 재산증식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과도한 보수체계는 경계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탁형 ISA의 경우 적극적인 자산관리 및 자문서비스 등을 법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시스템 및 인프라 구축·유지에 필요한 비용이 있는만큼 신탁보수는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며 "당초 보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 했지만 금융사들의 반발로 인해 좌초됐다"고 말했다.
◇ 복잡한 은행 신탁보수체계…금융위도 비판적
은행들이 책정한 신탁형 ISA의 보수가 예상보다 더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은행들은 편입자산별로 신탁보수를 차등화 해 약 0.05~0.8%가량을 수취하기로 했다. 신탁보수와 편입상품의 판매 수수료 개념이 혼재 돼 있는 형태다.
이러한 신탁보수는 대부분 후취로, 나중에 환매 시 부과된다. 예를들어 우리은행에서 신탁형 ISA를 가입하고 펀드에 100만 원을 투자하면, 환매 시 원금에 수익까지 더해진 금액을 기준으로 0.2%의 신탁보수를 부과한다.
하지만 이미 펀드에 수수료 및 보수가 내재 돼 있는 상황에서 신탁보수 명목으로 0.2%가 추가로 부과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ISA 가입자는 일반 계좌에서 펀드를 가입할 때보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물론 시중은행들은 신탁형 ISA의 보수율을 일반 신탁상품 보수율보다 대폭 낮췄다고 항변한다. 또 ISA에서 가입하는 펀드 등 금융상품에 내재 돼 있는 수수료 자체를 낮출 계획이기 때문에 일반 계좌에서 가입할 때보다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다 할 자문서비스 등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고 1%에 가까운 수수료를 고객에게 부과하는 것은 서민금융상품인 ISA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회사별로 그리고 금융상품 별 보수율도 천차만별이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신탁형 ISA에 ELS 상품을 편입하면 0.4%의 보수를 부과하는 반면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이보다 두배 가까이 높은 0.7%를 뗀다.
금융위 역시 이러한 은행들의 신탁형 ISA 보수체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ISA는 서민 만능통장이라는 이름 하에 기획됐는데 증권사와 비교해 보수체계가 과도하게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체계는 금융사 자율 사안이어서 직접적으로 간섭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의 신탁형 ISA 보수체계를 보고 지나치다는 생각을 했지만 은행입장에서는 이것조차 많이 인하한 것이라고 항변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은행들이 신탁 보수로 얼마나 챙겼는지 당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강제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의 ISA 신탁 보수체계에 대해 금융위도 비판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어 공시시스템 등을 통해 보수율을 자율인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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