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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받아 ISA 실적 채우는 증권사 직원들 [thebell note]

정준화 기자공개 2016-03-31 10:56:19

이 기사는 2016년 03월 29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 금융권의 가장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은행과 증권사간 ISA 유치전이 뜨겁다. A증권사 모 지점 직원들은 지점에 할당된 목표치인 5억 원어치를 가입시켜야하는 압박감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각자 지인과 친인척을 총동원해 ISA 계좌수를 늘리고 있지만 할당 목표를 채우기가 어렵다. 지점장은 직원들을 불러 목표 달성이 어렵거든 연금담보대출을 받아서 납입 최대 한도인 2000만 원을 가입하라고 강요한다. 이 증권사는 ISA 목표 달성을 위해 한시적으로 직원들의 연금담보대출 금리를 3%대로 낮췄다. 담보 대출 여력도 없다는 답변에 마이너스 통장이라도 만들라고 몰아붙인다. 김 과장은 울며 겨자먹기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300만 원을 가입했다.

#2. B증권사는 최근까지 2000여 계좌를 유치했다. 내부 집계를 한 결과 고객이 절반을 조금 넘었고, 나머지는 직원들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고객들 계좌는 대부분 직원들의 부탁에 따라 '실적 채우기용'으로 가입한 소액 계좌였다는 점이다. ISA 고객 유치를 위해 특판으로 내세운 상품을 계좌에 담으며 굵직한 자금을 넣은 것은 바로 직원들이었다. 증권사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역마진을 감소하고 내놓은 특판 상품을 증권사 직원들이 다 쓸어담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것도 없는 사정에 대출을 받아가며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직원들이…

# ISA 실적 올리기에 증권사 직원들이 몸살이다.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마다 걸리는 캠페인에 이골이 날 만 한데도 이번에는 강도가 다르다.

순순히 영업만으로 감당이 안될 정도다. 한쪽에서는 과중한 목표치를 던져주고 압박하는 반면,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완전판매를 강조하고 있다.

보통 고객에게 두꺼운 자료를 일일이 설명 후 고객 성향을 파악하고 계좌를 개설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1시간 가량이 걸린다. 하루에 한 두사람 가입시키기도 힘든데 그들이 가입하는 금액은 체면치레 수준. 하루종일 고객들을 찾아가 대면하며 ISA 계좌를 트는 영업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결국 직원 자신들의 자금이라도 넣어야 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실적에 쫓겨 지점장이 직원들에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실적을 채워넣으라는 얘기는 비단 A증권사만의 얘기는 아니다. 빚을 내서라도 실적을 채우라고 회사에서 대출 금리를 낮춰줄 정도이니 오죽 할까.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마다 직원들의 주머니를 털어 '보여주기용' 실적을 내는 일이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직원들 계좌는 철새 계좌와 같다.

한 지점 직원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직원이 어느 정도 희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직원 돈이 회사 실적 채우기용은 아니지 않느냐"며 "그 도가 지나치니 직원이 '봉'이냐는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실적 달성을 위해 가족, 친인척 그리고 직원 자신의 자금이 동원되는 것은 브로커리지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시절부터 이어졌다. 관습처럼 굳어진 이같은 행태가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시 되는 것은 아닐런지. 직원들의 재산에 대한 권리가 애사심이라는 명목 아래 침해 당하는 것은 아닌지. 도가 지나치면 애사심은 분노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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