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되는 결제시장]밴사업 '캡티브' 시장 노리는 신세계I&C7월 밴 사업자 등록, 시장 확대시 기존 사업자와 마찰 불가피
안경주 기자공개 2016-08-22 09:45:00
이 기사는 2016년 08월 18일 10: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페이'로 대표되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온·오프라인 결제시장이 변하고 있다. 결제과정에서 판매자(가맹점)와 카드사를 연결해 주던 부가통신사업자(VAN, 이하 밴) 및 전자결제대행사(Payment Gateway, 이하 PG) 업무에 신규 사업자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유통공룡 신세계그룹 계열의 IT서비스회사인 신세계아이앤씨(이하 신세계I&C)도 결제시장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SSG PAY'(이하 SSG페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PG 사업자로 등록했고, 지난 7월 밴 사업자 등록도 마쳤다. SSG페이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뿐 밴 사업을 직접 영위할 계획은 없다는 게 신세계I&C의 설명이지만 업계에선 의심의 눈초리다. 이마트·신세계백화점 등 그룹내 유통사업을 토대로 사업을 확장하면 '캡티브 (Captive)' 시장이 형성돼 큰 어려움 없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만큼 줄어든 파이는 다른 경쟁업체의 시장잠식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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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티브 시장 구축 나서나…우려감 확산
신세계I&C는 금융감독원에 밴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카드결제와 관련한 밴 사업자 등록제를 도입했다"며 "지난해 1년간의 등록 유예기간이 있었는데 이번에 신세계I&C도 밴 사업을 하겠다는 뜻에서 등록을 마쳤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I&C가 SSG페이를 기반으로 밴·PG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페이먼츠가 PG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역할 분담 차원에서 밴 사업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간편결제 등을 통한 결제서비스는 '소비자(이용자)-PG-밴-신용카드-가맹점' 순의 과정을 거친다. 신세계I&C는 현재 SSG페이 결제과정에서 필요한 밴 업무를 나이스정보통신 등과 같은 외부 사업자에 맡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밴 사업자는 결제 관련 인프라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SSG페이의 거래 규모가 증가하면 밴 사업자들의 수수료 수익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신세계I&C가 당장은 신세계그룹을 중심으로 SSG페이 확대에 집중하고 있지만 외부 유통시장까지 확대를 염두해 놓고 있다는 점에서 밴 업무를 외부 사업자에게 계속 맡길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외부 사업자에 맡긴 밴 업무를 신세계I&C가 제공하게 되면 수수료 수익을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신세계I&C가 밴 사업을 신세계그룹내 유통시장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신세계그룹내 유통시장과 연계된 가맹점주들이 기존 밴 사업자와의 거래를 끊고 신세계I&C의 고객으로 갈아탈 수 있다. 이는 신세계그룹내 유통시장이 신세계I&C 밴 사업의 '캡티브' 시장이 되는 셈이다. 21조 원 상당의 신세계그룹 거래대금을 감안하면 신세계그룹의 유통시장만 확보해도 상당한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신세계I&C가 지난 2000년대 중후반 밴 사업을 영위하면서 이마트와 카드사 간 거래에서 수수료 수익을 올렸던 경험이 있다. 당시 밴 사업으로 확보한 수수료 수익은 신세계I&C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신세계I&C가 수익 확대를 위해 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문제는 PG 사업과 달리 밴 사업은 캡티브 시장이 형성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PG 사업의 경우 롯데, SK, 신세계 등이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밴 사업은 나이스정보통신·한국정보통신 등 대형 밴 사업자가 시장의 70%를 차지할 뿐 캡티브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신세계I&C의 밴 사업 진출은 캡티브 시장 형성이라는 의미 뿐만 아니라 밴 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기존 사업자와의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유통시장에서의 지위를 활용하면 온·오프라인 결제시장에서 밴 업무와 관련한 캡티브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며 "이는 기존 사업자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생존을 위해서 시장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신세계I&C가 밴·PG 사업과 관련한 경력자를 뽑은 것도 업계에선 의심스러워 하는 눈치다. 이에 대해 신세계I&C 관계자는 "현재 SSG페이 결제와 관련해 외부의 밴 사업자를 쓰고 있다"며 "관련 규정 때문에 사업자로 등록했을 뿐 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플랫폼사업 확대, 'SSG PAY'로 결제시장 공략
신세계I&C는 SSG페이 사업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월 SSG페이를 론칭 하면서 플랫폼사업부를 신설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플랫폼사업부의 경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차세대 유통 모델 구현 작업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
플랫폼사업을 총괄하는 김승환 상무보를 등기임원(사내이사)으로 선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유통사업을 총괄하던 홍종식 상무의 퇴임에 따른 후속조치지만 김 상무보를 이사회 멤버로 뽑았다는 점에서 결제시장 공략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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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페이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I&C는 올해 상반기에만 판촉비로 33억 원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배 많은 규모다. 대부분 SSG페이와 관련된 마케팅 비용이다. 그 결과, SSG페이는 론칭 1년만에 애플리케이션 설치자가 200만 명을 넘어섰고, 유효 회원수도 150만 명을 넘겼다.
마케팅에 공을 들이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플랫폼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감소했지만 SSG페이 사용자를 급격히 늘렸다는 평가다. 신세계I&C 플랫폼사업부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8억 원과 138억 원이다. 영업이익률은 5.8%다.
지난해 플랫폼사업부의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88억 원과 29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만 30%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폭 감소했다. 신세계I&C 관계자는 "간편결제 서비스 SSG페이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 감소가 나타났다"며 "SSG페이 사용자를 확대하기 위해 당분간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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