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정지선式 보수 경영에 또 변죽만 울리나 [인수후보분석]②3년 후 재도전‥오너 베팅 의지 `관건`
김일문 기자공개 2016-08-24 08:44:20
이 기사는 2016년 08월 18일 11: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양매직 인수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에 포함된 현대백화점그룹은 가장 유력한 전략적 투자자(SI) 가운데 한 곳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들어 M&A 시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면서 강력한 인수 후보로 지목되고 있지만 오랜 기간 보수 경영의 틀에 갇혀있는 만큼 유의미한 경쟁자로서 딜을 완주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현대백화점그룹은 우선 시너지 효과나 자금력 측면에서는 충분히 승산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사업 영역 자체가 소비재 유통을 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고객 확보 차원에서도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백화점과 홈쇼핑 등 유통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다른 SI보다 안정적이고, 비교적 우월한 위치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은 현대백화점그룹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작년 4월 신규 법인 설립을 통해 자체 렌탈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은 동양매직 인수 의지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 동안 위탁 생산 방식으로 `위가드`라는 이름의 생활 가전 브랜드로 정수기 등을 유통해 왔다.
하지만 지난 해 현대홈쇼핑이 600억 원을 출자해 `현대렌탈케어`를 만들어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제품 등의 렌탈 사업과 함께 각종 청소 서비스를 대행하는 클리닝 사업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현대백화점그룹이 확장 의지가 확고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현대렌탈케어는 설립 이후 홈쇼핑 론칭과 리바트 스타일샵 등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자금 동원력 면에서도 손색없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한 현대홈쇼핑은 지난 1분기 기준 차입금 없이 현금성 자산만 7400억 원 넘게 갖고 있는 현금 부자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보유 현금을 모두 털어 동양매직 인수에 소진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하지만 적정 수준 이상의 자금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다른 원매자들을 가격에서 압도할 수 있는 여력이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을 유력 원매자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사업적 시너지와 가격 협상력 등에서 SK네트웍스나 CJ그룹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며 "쟁쟁한 전략적투자자(SI)가 참여한 동양매직 인수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랫동안 그룹을 묶어뒀던 보수적인 경영 기조가 동양매직 인수전에서 변모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 동안 여러차례 M&A 시장에 출몰하면서 다양한 매물의 원매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지난 2014년 경청호 부회장의 퇴진 이후 정지선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러한 행보는 두드러졌다.
작년에는 동부익스프레스, 최근에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인수에 발을 담그면서 새로운 M&A 포식자의 탄생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매물 모두 중도에 인수를 포기, 의사결정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미루어 짐작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업다각화에 대한 정지선 회장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이 다양한 M&A 매물을 들여다보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면서도 "그러나 신중한 경영 스타일이 M&A 협상에도 그대로 녹아들어 인수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타입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작년에 인수한 에버다임의 경우는 건설 중장비 등을 제조하는 회사로 그룹내 시너지는 거의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수에 성공했던 사례를 감안하면 현대백화점그룹의 M&A 추진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현대백화점그룹의 이번 동양매직 M&A 거래 성사 여부는 정 회장의 인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나 거래 조건에 대해 빡빡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있지만 꼭 가져가야 하는 매물이라고 판단될 경우 다른 원매자들과 경쟁을 벌일 공산도 크기 때문에 현대백화점그룹의 행보 역시 이번 M&A의 관전포인트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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